코로나 ‘거리두기’가 불러온 최전방의 고장 총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비무장지대(DMZ) 중부전선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감시초소(GP) 총격 때 공이(뇌관을 치는 막대) 고장으로 격발되지 않은 KR-6 중기관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기점검을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DMZ에서 국군 장병이 K-6기관총을 북쪽으로 향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중앙포토]

DMZ에서 국군 장병이 K-6기관총을 북쪽으로 향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중앙포토]

합참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월 말 화기를 전부 분해하는 등 정밀 점검을 했을 때는 모든 화기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다음 달 점검은 2월 중순 적설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이후 점검 일정은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부대 간 이동이 어려워져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K-6 기관총의 정밀 점검 주기는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한다.

공이 파손은 정밀 점검이나 실제 격발을 하지 않는 한 육안으로 알아내기 쉽지 않다. 노리쇠 후퇴·전진 등으로 일일 점검, 주간 점검을 꾸준히 실시했음에도 공이 고장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다. 합참 관계자는 “일일 점검과 주간 점검은 정상 작동에 대한 기능 점검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이어서 공이 파손 여부까지 들여다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3일 북한군의 GP 총격 때 최초 KR-6로 대응 사격에 나섰지만 격발되지 않아 K-3 경기관총으로 화기를 바꿨다. 무위로 돌아간 KR-6 사격을 3차례나 실시하면서 12분을 더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현재 모든 GP에 대한 총기점검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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