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이태원에…" 정신병원 집단감염 막은 어머니의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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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1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1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우리 아들이 내가 알기로는 이태원을 갔는데요….”  

방역 당국에 걸려온 한 어머니의 이 전화 한 통은 인천 정신병원 집단감염 사태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천에서는 학원과 정신병원에서 같은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으나 감염 확산 규모는 확연히 달랐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21)는 4일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주점을 갔다 온 뒤 다음 날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당시만 해도 A씨에게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병원이 A씨를 받아준 것이라고 한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A씨 어머니는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8일 병원에 전화해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자발적으로 알렸다. “병원에 입원한 우리 아이가 이태원 주점에 다녀온 것 같다. 거기를 한 번 조사해달라”면서다.

A씨 어머니의 이 같은 신고에 방역 당국은 검체 검사를 거쳐 A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9일 파악했다. 이후 곧바로 이 병원의 외래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수준으로 병원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A씨 확진 후 한편에서는 입원 환자 179명과 의료진·직원 57명 등 모두 236명이 병원 한 건물에서 함께 지내던 상황이라 집단감염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A씨 어머니의 전화로 인해 신속한 방역이 이뤄져 236명 전원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추가 확진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를 전하며 "인천이 큰 위험에 처할뻔했었다. 어머니의 신고가 없었다면 집단감염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는 직업·동선 속였는데

인천 학원강사 관련 코로나19 감염 확산.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인천 학원강사 관련 코로나19 감염 확산.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학원 강사 B씨(25)는 이와 대조적이다. B씨는 본인 동선과 직업을 속여 방역 당국의 빠른 초동 대처를 막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천시는 B씨를 이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미추홀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1~3일 이태원 킹클럽을 다녀왔으며 A씨 확진 판정일과 같은 날인 9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그는 확진 판정 직후 자신의 직업과 동선을 묻는 역학조사관에게 무직이라고 거짓으로 진술하고 학원에서 근무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B씨는 동선 관련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을 수상하게 생각한 역학조사관이 휴대전화 위치정보(GPS) 조회 결과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지난 12일에서야 학원 수업과 과외를 한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았다.

그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학원에서 일했다는 사실만 알려줬어도 감염 확산 규모를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방역 당국은 말한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자가격리해 추가 감염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B씨가 신분을 속여 진짜 동선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러 초기 대응이 늦어지게 됐다. 실제로 B씨와 접촉한 학생들이 다른 학원이나 교회를 가면서 감염 확산 우려를 낳았다. B씨 관련 확진자는 이날까지 14명이지만,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만 교회 신도 등을 포함해 1473명이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B씨의 허위진술로 인해 감염된 학생들이 사전에 격리되지 못하고 지난 주말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B씨에게 감염된 학생 2명이 각각 교회 예배에 참여함으로써 교회 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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