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의연 ‘모럴 해저드 회계’ 의혹, 얼렁뚱땅 덮을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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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그가 이사장으로 일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정대협 후신)의 후원금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확한 해명보다는 정치공세와 음모론으로 몰아가며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 제기 의혹 눈덩이처럼 불어나 #윤미향·정의연, 숨기지 말고 팩트부터 밝혀야

후원금을 둘러싼 의혹은 수요집회가 열린 어제도 이어졌다. 윤미향 당선인은 정대협 시절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받는 과정에서 정의연 등 법인 명의의 계좌 8개 외에 자신 명의의 개인 계좌도 사용해 온 정황이 포착됐다.

정대협을 계승한 정의연이 2016년 출범 이후 SNS에서 모금한 흔적이 남아 있는 윤 당선인 명의의 기부금 계좌는 최소 3개가 파악됐다. 지난해 1월 김복동 할머니 사망 당시 장례비를 모금하면서 사용한 개인 계좌도 이들 중 하나였다. 기부금의 사용처와 상관없이 공익 법인의 개인계좌 사용 행위 자체만으로도 횡령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한다.

회계처리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법인 해산을 하지 않은 정대협 명의로 2018년 위안부 할머니 한 명에게 4억7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정의연이 공시했지만, 이 액수는 그해 지출 총액 4억6908만원보다 많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의연은 또 할머니들 장례식을 맡아 온 상조회사에 1170만원을 지불했다고 했지만, 이 업체는 무료로 해줬을 뿐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 활동비 300만원만 받았다는 윤 당선인은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하면서 재산이 8억원이 넘는다고 신고했다.

윤 당선인, 정의연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기관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복동 할머니 장례 당시 윤 당선인 개인 통장으로 모금한 이후 만들어진 민간단체 ‘김복동의 희망’은 행정안전부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기부금품 모금 및 사용 내용을 22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정의연 측에 발송했다.

국세청은 뒤늦게 정의연 측의 회계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 공시를 명령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정의연을 감사하고도 회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해 감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의혹은 정대협 시절부터 윤 당선인을 옆에서 지켜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따라서 “친일 세력의 모략”이라거나 “반인권·반평화 세력의 최후 공세”라는 반박은 본질을 가릴 뿐이다. 떳떳하다면 제3자의 회계 감사와 검경의 수사를 받으면 된다.

윤 당선인은 “이번 사태가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이다.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과 싸우는 위안부 관련 단체는 다른 어떤 시민단체보다도 투명성과 도덕성을 스스로 갖춰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