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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넘게 면접만 기다렸는데…금호타이어, 돌연 채용 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한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삼성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온라인 시험 본다고 한 거 실화냐?” “필기 합격자 명단이 정말 떴다”는 반응과 함께 직무적성검사를 대비하는 스터디 모집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삼성이 온라인 시험을 도입한 건 1957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한 후 처음이다. 최근 현장 면접을 화상으로 대체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부정행위 우려로 온라인 시험을 도입한 곳은 드물었다. 취준생 김모(26)씨는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시험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SK 등 다른 대기업도 온라인 시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 봄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취업 시장은 '빨간불'…채용공고 '0'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에서 열린 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말 중단됐던 보험설계사·모집인 자격시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야외 운동장에서 4~5m 일정 간격을 둔 채 진행됐다.뉴스1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에서 열린 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말 중단됐던 보험설계사·모집인 자격시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야외 운동장에서 4~5m 일정 간격을 둔 채 진행됐다.뉴스1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취준생들은 채용 시장이 여전히 ‘빨간불’이라고 토로한다. 특히 항공업계는 아예 채용 시장 문이 굳게 닫혀 지원자들은 서류 한장 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고 있는 A씨(31)는 “비행시간 200시간을 다 채우고 채용 공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공고가 뜨는 곳이 ‘0’개”라면서 “단기 알바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금호타이어, 면접 앞두고 채용 취소 

일부 기업은 채용을 갑자기 중단ㆍ취소하기도 했다. 지난 1월부터 신입 사원 채용을 진행하던 금호타이어는 면접 전형을 기다리고 있던 ‘연구직’ 지원자들에게 13일 채용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2월 서류와 인·적성 시험을 통과한 후 두 달 넘게 면접을 기다려왔던 지원자들은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연구직 지원자였던 A씨는 “코로나19로 면접 전형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연락이 온 후 두 달 만에 다시 통보를 받았다”면서 “다음 채용 때 서류는 패스해준다고 했지만, 기업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가 무너져서 다시 지원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호타이어는 13일 연구직 직군의 신입사원 공채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2월 20일 서류 합격자에게 면접 전형을 잠시 연기한다고 안내 문자를 보낸 내용이다. [독자 제공]

금호타이어는 13일 연구직 직군의 신입사원 공채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2월 20일 서류 합격자에게 면접 전형을 잠시 연기한다고 안내 문자를 보낸 내용이다. [독자 제공]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상황이 안 좋다 보니까 연구소 직군에 한해 채용 취소가 된 것이 맞다”면서 “다음에 동일한 건으로 채용이 진행되면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구직자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취소ㆍ연기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05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채용 취소 또는 연기를 통보받은 경험’을 묻자 40.7%가 '있다'고 답했다. 회사 측이 설명한 사유(복수 응답)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어서’가 59.1%로 1위를 차지했다.

입사 후 채용 연기되기도

일부에선 채용 후 입사가 연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삼성화재의 경우 코로나19로 신입직원 대상 현장 교육 시기가 밀리면서 3월 초 예정이던 입사가 3월 말로 미뤄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3월 초에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코로나19 우려로 잠시 지연됐다. 3월 말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했고 현재 입사가 이뤄진 상태”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가 된 이들도 있지만, 합격하고도 여전히 입사를 대기 중인 지원자들도 있다.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두 달째 입사가 미뤄지고 있다”면서 “희망 고문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하반기는 좀 나아질까”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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