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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스텔스 감염 막는다"…'확진자' 안나와도 선제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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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용한 전파'를 막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제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20~30대가 많이 몰려있는 집단시설과 요양병원과 같은 치명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집단을 선정해 무작위 검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선제검사위원회 구성 …20~30대 밀집시설 ·요양병원 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 시장은 13일 서울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약 36%가 무증상 감염이란 점에 주목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고자 고심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코로나19특성상 경증, 혹은 무증상 상태에서도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이른바 '조용한 전파'가 나타날 수 있다"며 '선제 검사'의 필요성을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특히 이번 집단감염의 경우 젊은 층의 감염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러한 '조용한 전파'에 대한 우려가 몹시 큰 상황"이라고 말을 보탰다.

'선제 검사' 어떻게 이뤄지나…풀링 기법 도입

박 시장이 언급한 선제검사는 먼저 별도 '선제 검사 위원회'를 통해 대상을 특정하게 된다. 선제 검사위원회의 역할은 '무증상 전파자'의 발견을 위한 집단검사 대상 선정에 있다. 박 시장은 "선제 검사 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문가 회의와 관계 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선제검사 기법으로는 '풀링 검사'를 언급했다. 각각 검체를 채취한 뒤 10명의 검체를 취합해 한 번에 PCR 검사를 하는 것이다. 결과에서 음성이 나오면 10명 모두 음성으로 본다. 반대로 양성이 나오면 10명에 대해 개별검사를 한다. '특정 집단'의 감염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 시장은 풀링 기법에 대해 "서울시를 비롯해 수도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군에서 적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대가 밀집한 시설, 감염시 큰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시설, 치명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집단 등을 선정해 선제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확진자 발생 제로가 계속되더라도 이런 검사기법을 동원해 조용한 전파를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지역감염을 즉각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일대 클럽과 주점에 대해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사진 용산구]

서울 용산구는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일대 클럽과 주점에 대해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사진 용산구]

이태원 클럽 확진자 116명, 서울은 69명

"확진자가 없이도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겠다"는 박 시장 발언 배경엔 이태원 클럽이 있다. 13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에서 발생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69명에 달한다. 전일 대비 13명 늘었다. 이태원 클럽 관련한 전국 확진자 수도 서울시 집계 기준 116명에 이른다.

 박 시장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와 접촉자 1만4121명을 검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용인 66번 환자(29)가 방문한  곳 등 문제가 된 5개 클럽 외에도 메이드와 핑크엘리펀트, 피스틸에 대해 추가 확진자가 나오자, 서울시는 이와 관련한 출입자 명단을 확보하고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확보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특히 "클럽 메이드는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형클럽으로 출입자 명단을 확보해 연락하고,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사로부터 지난 12일 넘겨받은 1만905명의 명단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1210명이 외국인이라고도 밝혔다. 박 시장은 "영문으로 된 안내 문자를 발송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을 것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 학교에서 강의하는 원어민 교사 53명이 이태원을 방문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 중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6명으로 4명이 음성, 2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주점. 그래픽=김영희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주점. 그래픽=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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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 시장은 이날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사망자는 서울 종로구 거주자로 82세 남성이다. 지난 2월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음압 병상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약 한 달 뒤인 3월 13일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다른 내과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8일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했다. 박 시장은 "평소 기저질환이 없고, 사망원인인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 이후가 코로나19로 인한 것으로 그로 인해 생명이 단축됐다면 코로나19 사망자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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