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北공작원 녹취 틀자 송두율씨 자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두율씨는 국가정보원의 발표를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국정원에서 진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에 나가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후보위원 김철수로 선임된 것을 나중에 알았을 뿐 미리 통보받은 적도,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적도 없다는 게 宋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검찰 등의 정보를 종합하면 국정원에서 그는 혐의를 인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정보위원은 국정원 국감에서 보고받은 내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宋씨는 처음에는 모든 걸 부인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이 그동안 취합했던 결정적인 자료들을 들이밀자 宋씨도 할 수 없이 진술을 했고, 자신의 정체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국정원의 어떤 자료가 宋씨의 자백을 이끌어냈는지 자세하게 밝히기를 꺼렸다. "국정원 측이 '외교적인 관계도 있으니 보안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몇가지 힌트는 줬다.

그들에 따르면 국정원이 제시한 정보는 크게 세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국정원의 해외업무 파트가 획득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활동했던 김경필의 증언이 그것이다.

그는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에서 서기관으로 일하다 1999년 1월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로 베를린에서 宋씨와 자주 접촉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정보기관이 그를 지금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녹취한 金씨의 증언과 다른 자료를 宋씨에게 들이밀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녹음 테이프를 틀자 宋씨는 당황해 했다는 게 국정원의 보고였다"고 말한다. 검찰에서도 "金씨 주장이 구체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원이 관련국의 협조를 얻어 구해 온 정보도 수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97년 황장엽씨가 망명한 직후 宋씨가 독일의 북한 대표부에 보낸 팩스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엔 '김철수란 이름으로 작성된 문건을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이한영(귀순한 뒤 피살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처조카).황장엽씨의 증언과 宋씨 방북 때 국정원이 입수한 각종 첩보였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밝혔다.

국정원이 이 같은 자료들을 제시하자 宋씨는 자신이 김철수임을 인정했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전언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도 "宋씨가 김철수임을 입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온 국민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宋씨가 입국했는데 그를 강압수사할 수는 없고, 자백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宋씨는 5일 "국정원에서 진술하지도 않은 내용이 마치 자백인 것처럼 조서로 꾸며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사에 보낸 문건에서 이같이 말하고 검찰 수사에선 자신의 변호사가 입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내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통고받고 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 진술한 것처럼 일부 보도됐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국 후보위원 23위임을 통고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김철수란 이름으로 장례위원에 포함돼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갔다는 것이다. 宋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발적으로 국정원과 검찰에 출두했다"면서 "진실을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처벌받을 것은 처벌받고, 해명할 것은 해명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일.김원배 기자le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