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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의 성소수자 인식 걱정되네요" 회의중 온 김경수 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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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메시지에 답변을 하고 있다. 메시지에 따르면 김 지사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에 대한 정부 대응이 성소수자를 타겟으로 하고 있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박 장관의 인식이 걱정된다고 보냈다. 문승욱 차장은 경상남도 경제부지사로 재직하다 지난 8일 임명됐다. 뉴스1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메시지에 답변을 하고 있다. 메시지에 따르면 김 지사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에 대한 정부 대응이 성소수자를 타겟으로 하고 있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박 장관의 인식이 걱정된다고 보냈다. 문승욱 차장은 경상남도 경제부지사로 재직하다 지난 8일 임명됐다. 뉴스1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공식회의에서 성소수자 차별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로 불거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강조하면서다.

김경수 경남지사 SNS에서 지적 #"정부 대응이 성소수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오해 불러온다"

박 장관은 11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서울) 이태원·논현동·익선동이 성소수자 이동경로이니 적극 대응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장관이 언급한 이 지역에는 성소수자를 위한 클럽이나 사우나가 몰려있고 일부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있다.

박 장관의 발언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날 회의에서 문승욱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2차장에게 SNS메신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드러났다. 문 차장은 경남도 경제부지사를 지내 김 지사와 가까운 사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김 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좀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얘기”라며 “성소수자 차별일 뿐만 아니라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에 대한 정부대응이 성소수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장관님 인식이 그렇다는 건데 걱정되네요”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문 차장은 “(국무조정실) 사회실장에게 전달해서 복지부 측에 대외적으로는 불필요한 언급이 없도록 협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회의가 끝난 뒤 실제로 국무조정실 내 관련 부서에 의견이 전달됐다.

문 차장은 이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흐르는 이야기 중 (방역 조치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 그리 심각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중대본 회의가 비공개라서 정확한 취지는 모르지만 지사님이 (그런 내용의)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광역단체의 참석자는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 방역책임자 등이 직접 또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박 장관의 이런 발언에 당시 회의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대본 회의가 비공개여서 박 장관이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경수 경남지사. 경남도

김경수 경남지사. 경남도

그동안 정부는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집단감염 사례를 두고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10일) 중대본 회의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중대본 회의가 비공개이다 보니 (박 장관 발언)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며 “발언 취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부가 성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체 방역 담당자는 “(박 장관의 중대본 발언만 놓고 보면) 방역 당국이 성소수자를 코로나19 감염자 또는 잠재적 감염자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지자체의 움직임이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했다. 인천시는 7일 방역을 이유로 지역 인권단체 측을 통해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10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 후 폐쇄된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의 모습. 뉴스1

10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 후 폐쇄된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의 모습. 뉴스1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이 포함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8일 성명을 통해 “재난·위기에 마주했을 때 중요한 것은 인권의 원칙과 기준을 기본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창원=김민욱·위성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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