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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적자만 2조 넘는데···전국민 고용보험 외친 文의 다급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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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공식화한 이유는 앞으로 고용시장에 더 큰 충격이 다가온다는 전망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업자는 늘어나는데, 이들을 받칠 안전망인 고용보험은 여전히 반쪽짜리에 그친다. 이제부터라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제도 안으로 들이겠다는 건데, 당장 고용보험 기금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앞길에 놓인 문제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의 경제 상황을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실직의 공포는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을 넘어 정규직과 중견기업, 대기업 종사자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한파의 장기화 우려

한국경제고용절벽(2020).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경제고용절벽(2020).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청와대의 우려처럼 한국 고용시장 전망은 어두워져만 가고 있다. 고용 사정은 2018년부터 불안불안했다. 2018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에 그쳐 ‘고용 쇼크’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노인·공공 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30만1000명 증가해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통계인 3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5000명이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0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실은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취업자 수를 환산하면 3월 취업자 수 감소 폭은 정부 통계(-0.7%)의 10배 이상인 -7.6%에 이른다. "외환위기 때(-7%)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팀의 분석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일손을 잠시 놓게 된 일시휴직자까지 고려하면 일자리 폭탄이 돌아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3월 일시 휴직자는 160만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실업자로 이어진다면 고용 한파의 장기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지탱할 안전망은 부실하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면서 재취업을 유도하고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1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체는 모두 가입해야 하지만, 영세한 자영업자 등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가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는 약 1500만명이다. 1378만2000명인 고용보험 가입자보다 많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1인당 최대 150만원씩 긴급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런 일회성 지원은 임시봉합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말라가는 고용보험 기금

 문제는 현재 고용보험의 형편도 별로 넉넉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고용보험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실업급여가 나가는 실업급여 계정은 지난해 1조380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고용보험기금 전체를 놓고 보면 2년 연속 ‘마이너스(-)’로, 지난해에만 2조원 넘게 적자를 봤다. 고용보험 확대에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설명회를 듣기 위해 구직자가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설명회를 듣기 위해 구직자가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확대에 따르는 추가 비용에 대해 노사와 자영업자 등이 모두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해선 누구의 보험료를 얼마나 인상할지, 모자란 기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단계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충분한 공론화 없이 전 국민을 위기로부터 구하겠다는 원칙만 앞세운다면 정규직과 특고·프리랜서 간의 보험료 형평성 문제 등의 갈등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용보험을 확대하겠다’고 제안만 하면 논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개혁 정책일 수 있지만, 향후에도 코로나19와 비슷한 경제 위기 사태가 벌어질 때를 대비해 고용보험 가입 방식·보험료 징수 방식 등 근본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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