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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위험 병원체 다루는 곳" 미중 신냉전 부른 우한硏 정체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신(新)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 있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코로나19 진원지라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에 있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대체 어떤 곳일까.

올 초부터 연구소 관련 음모론 나오기 시작  

중국 후베이성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전경 [사진 공식 홈페이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전경 [사진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시작됐을 것이란 추측성 보도가 흘러나온 것은 지난 1월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타블로이드지를 중심으로 나온 얘기였다.

"이 연구소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약 30㎞ 거리에 있다"(데일리메일) "2017년에도 과학자들은 이 연구소에서 위험한 바이러스가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메트로)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음모론 수준이었던 이 문제 제기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다. 지난 4월에는 칼럼니스트 조슈 로긴이 이런 우려를 담은 글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했고, 전염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중국에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위험등급 실험실 갖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최초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이 시장으로부터 약 30km 떨어져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최초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이 시장으로부터 약 30km 떨어져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설립된 것은 1956년이다. 지난 2015년에는 이곳에 세계 최고 위험등급인 BSL(Biosafety level·생물안전도)-4 실험실이 세워졌다. BSL-4등급은 위험도가 가장 높은 병원체를 다루는 곳으로, 이곳이 중국 최초다.

BBC는 "생물안전도 기준은 네 단계로 나뉜다"며 "가장 낮은 1단계에서 비교적 흔하고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는 병원체를 연구한다면, 4단계에선 천연두 바이러스처럼 매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4단계 수준의 연구소는 전 세계에 54곳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곳 외에 다른 곳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 단계에 따른 안전 기준을 정리한 매뉴얼을 내놓긴 했지만,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BBC)는 점이다. 미국에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표적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실험실의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연일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언급하며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연일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언급하며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매개로 알려진 박쥐를 계속 연구해왔다는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CNN은 "이 연구소에서는 박쥐 전문가 스정리(石正麗)를 중심으로 박쥐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해왔고, 그의 팀은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연구원이 연구하던 박쥐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중국 정부가 생물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은밀하게 추진하던 프로젝트에서 유출됐다'는 등의 소문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중국인들이 이를 연구하는 건 당연한 일"(BBC)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확인되지 않은 관련 소문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첨예한 대립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연합뉴스]

미국 내에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미 국가정보국(DNI)에서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광범위한 과학적 합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여러 전문가도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 밝히는 것은 몹시 어려운 문제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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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물고 늘어지자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연구소에서 누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말한 연구소는 중국과 프랑스가 합작해 운영하는 곳이며 연구 시설은 국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지어졌다"고 주장한 후 "미국의 저명한 학자도 이 연구소와 15년간 교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적은 코로나19이며 중국과 미국은 전우이지 적이 아니다"며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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