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미·중 48년 관계 끝, 최악의 신냉전 이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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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이 무역 갈등을 넘어 ‘신(新)냉전’에 빠져들었다.”

CNN·CNBC 등 미국 매체는 일제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합의 폐기’ 카드를 꺼내 들자, 조만간 2차 무역 전쟁의 포성이 울려 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가 출신 중국통'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흥미로운 건 중국에서도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를 인용 “미·중은 사실상 새로운 냉전 시대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미·중 관계가 중국에서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했던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스티븐 로치 미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의 최악의 시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스티븐 로치 미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의 최악의 시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무역 전쟁을 넘어서는 미·중 신냉전은 세계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까.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월스트리트의 중국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6일 전화 인터뷰했다. 로치 교수는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회장 출신으로 2010년부터 예일대에서 중국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대표 수업은 ‘넥스트 차이나’로 중국 경제 성장의 과도기적 역할을 분석한다.

미·중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양국 관계의 최악의 단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은 무역 적자를 핑계로 미국이 중국에 화풀이하는 수준으로 중국도 적당히 방어하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양국은 서로에게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양국 정치인은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길을 택했다. 세계 경제에 비극이 될 것이다.”
미국 내 여론은 어떤가.  
“미국 내 국수주의자는 중국에 진저리가 난 상태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66%는 중국을 ‘비우호적’으로 느낀다. 지난해 여름보다 6%포인트 오늘 수치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5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물론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대부분이 공화당에 50세 이상 고학력자이지만, 민주당에 젊은층 저학력자의 비중도 사상 최대로 늘었다.”  
지난해 미·중 무역 전쟁 때와 다르게 중국 정치인들도 발언 수위가 높아졌는데.  
“중국 내 국수주의자도 화가 단단히 났다. 트럼프가 주구장창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데다 대놓고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미심쩍은 행동’이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단순 발원지가 아니라 고의로 전염병을 퍼트렸다는 주장에 중국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국인의 3분의 2 중국에 비호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인의 3분의 2 중국에 비호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무역 전쟁보다 갈등의 수준이 심각한가
“그렇다. 최소한 미 대선이 열리는 연말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지난 48년간 양국이 애써온 우호 관계는 이제 끝났다.”
신냉전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번 미·중 갈등은 경제적 불화를 넘어서 세계 권력 중심이 바뀌는 정치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한때 동맹관계였던 국제기구와도 멀어진 상황이다.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며 세계무역기구(WTO)와 팬데믹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빈자리는 중국이 메우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뿐 아니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유럽에 구호 물품을 보내면서 과거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미·중 신냉전의 승자는 누가될까.  
“일단 경제적 피해는 미국에 더 크다. 미국인의 낮은 저축률이 정부 적자에 압박을 줄 것이다. 무역 적자는 더 늘어나고, 장기 성장률마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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