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소득주도성장…경기 부진에 가계 호주머니 닫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경기부진 여파로 대부분의 가계가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을 늘리며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계 소비지출은 24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253만8000원) 대비 8만1000원(-3.2%) 감소했다.

소비지출 항목별로는 음식‧숙박(14.1%)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13.5%), 교통(12.0%), 주거‧수도‧광열(11.3%) 이 뒤를 이었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42만6000원이었다. 2인 이상 가구는 288만 4000원으로 나타났다. 지출 비중 양상은 달랐다. 1인 가구 지출 비중은 주거‧수도‧광열(17.9%), 음식‧숙박(16.0%) 순으로 컸다. 반면 2인 이상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13.9%), 음식‧숙박(13.7%) 등에 많이 썼다.

소득별로 보면 가구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02만4000원이었다. 소득 5분위 가구는 422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소득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19.9%), 주거‧수도‧광열(19.5%)의 소비 비중이 높았다. 주로 생필품이나 주거 비용으로 돈을 쓴 셈이다.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소득5분위 가구는 음식‧숙박(14.2%), 교통(12.8%) 등에 돈을 많이 지출했다.

통계청은 바뀐 소비 지출 조사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전에는 매월 약 1000가구에 대한 소비를 조사했는데 조사 대상을 매달 바꿨다. 바뀐 조사는 약 7200가구의 표본가구를 선정해 6개월 동안 연속 조사하고, 이후 6개월은 조사를 하지 않고 다시 이후 6개월 동안 조사를 하는 식이다. 이런 만큼 전년 대비 통계 비교는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새로운 조사 방식으로 가전, 교통, 의료 및 오락·문화 항목에 대한 지출 금액이 예전보다 조금 낮게 나타난다”며 “전년도 통계와 직접 비교하는 데는 상당히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이번 가계 지출 감소는 경기 부진에 따른 내수 부진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부 돈을 쏟아부었으면서 성장률이 2%에 그쳤고, 고용이 양호했다지만 노인 일자리 등을 제외하면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며 “성장과 고용이 부진하며 가계의 소비 여력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져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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