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드는 의약분업]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의약분업을 준비하기 위한 마지막 실무단계인 의료보험 수가인상 조치를 16일 진통 끝에 마무리했다.

의약분업으로 추가되는 비용, 정부가 인정한 의사.약사의 월급, 의약분업으로 약국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환자의 예상치 등 인상의 이면에는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 분업 추가재정 소요〓1조5천4백37억원이다. 정부는 지난 1일자 대국민담화문에서 "환자 개인으로 보면 초기에 부담이 늘 수도 있습니다" 고 처음으로 비용증가를 인정한 이후 부담증가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의약분업을 합의하는데 급급해 "분업을 할 경우 국민 추가부담은 없다" 고 언급했고 그 이후에도 공식.비공식적으로 부담증가는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의약분업을 불과 보름도 안남긴 시점에서 1조5천억원이나 되는 돈이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인정한 점에 대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거리다.

또 추가 재정소요 금액에 대해서는 의약계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의약계는 4조3천5백93억원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의료계의 경우 의보수가를 5배 이상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추가재정이 필요한 데는 의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직원의 인건비▶일반관리비▶처방전 발행비용▶처방전 전달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비 등이, 약국은 ▶임의조제 금지로 인한 수입감소▶처방전 조제인건비 및 관리비 등이다.

반면 약국보험제도가 폐지되고 약의 오.남용이 감소하면서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 환자의 직접 부담은〓복지부는 이번에 수가를 올린 것은 보험재정에서 병.의원이나 약국에 주는 진료비를 올린 것이지 환자의 부담금이나 보험료를 올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직접 부담은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환자들이 병.의원에서 진료했을 때 발생한 총진료비 중 ▶동네의원은 30%▶중소병원이 40%▶대형병원은 55%를 본인이 내고(본인부담금) 나머지는 보험재정에서 부담한다.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는 처방료가 올라감으로써 총진료비가 올라가 본인부담금이 늘어나지만 약값이 많이 내려 환자의 직접부담 증가는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즉 현재 중소병원에서는 약값의 40%를, 종합병원에서는 55%를 환자들이 본인부담금으로 내왔으나 의약분업이 되면 약을 약국에서 조제하게 되며 약국 조제료는 약값의 30%이기 때문에 약값이 내려간다는 얘기다.

동네의원을 찾는 환자는 다르다.
총진료비가 1만2천원이하(현행 기준) 가 나오는 환자는 현재 3천2백원만 내고 있으며 분업이 되면 의원에 2천2백원, 약국에 1천원을 나눠 내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만 총진료비가 1만2천원을 초과할 경우 이의 3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기 때문에 다소 본인부담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보험료 변동은〓의약분업으로 추가 소요 재정 중 4천6백31억원은 보험료를 올려 충당해야 한다.

인상 폭이나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7월 의료보험 통합으로 직장인들의 43%인 2백16만명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마당에 또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의사.약사의 월급은〓의사는 6백만원, 약사는 2백47만원으로 기준을 삼았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의사는 당초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고 약사는 2백97만원에서 50만원을 깎았다.

◇ 환자 이동〓복지부는 의약분업이 되면 약국만 찾던 환자 중 2천3백53만건이 의료기관을 찾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병.의원들은 2천4백17억원의 수입증가가 예상된다는 게 복지부의 예측이다.

◇ 수가 인상률 반응〓당초 복지부는 병.의원들의 원외처방료를 7백48원 올리려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1천1백72원으로 인상금액을 높였다.

이를 두고 의료계와 여러 차례 만났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해 의료계는 대화를 거부했고 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16일 확정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1천6백91원에서 9천7백49원으로, 약계는 2천6백50원에서 4천6백2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에 비춰보면 인상폭이 작아 양 단체 모두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의료계는 "우리가 돈 몇푼 더 받아내기 위해 폐업을 결의한 것은 아니다" 며 수가에 대해 크게 관심을 주지말자는 내부 의견이 강해 이날 수가 인상으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지, 줄어들 소지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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