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임위장 4개 여성몫" 與원내대표 선거, 여심이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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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상희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상희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거(5월 7일)를 사흘 앞둔 4일 오후, 김상희(4선)·남인순(3선)·백혜련(재선·이상 21대 국회 기준) 등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의원을 국회 사무실 등에서 만났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의 입지를 늘려달라"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지역구·비례 합치면 여성 30명 #김상희·남인순·백혜련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들 찾아 서한 전달 #“국회부의장엔 4선 김상희 추대”

이들은 구체적으로 ▶여성 상임위원장 3~4자리 배정 ▶상임위 간사 절반에 여성 의원 배치 ▶원내부대표단 여성 의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여당 몫 국회 부의장에 여성의원을 추대키로 했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 선진화의 목표 중 하나가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여성 의원들이 많이 당선됐으므로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요구 서한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3선에 성공해 21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서영교, 한정애, 진선미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3선에 성공해 21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서영교, 한정애, 진선미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20대 국회에서 21명(지역구 15명·비례대표 6명)이던 민주당 여성 의원은 21대 국회에선 30명(지역구 20명·비례대표 10명)으로 늘었고, 3선 이상 중진의원도 6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국회 전체로도 21대 국회의 여성 당선인은 모두 57명(지역구 29명·비례대표 28명)으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18명, 정의당 5명, 국민의당·열린우리당 각 2명 순이다. 20대 총선에선 51명(지역구 26명·비례대표 25명)이었다.

여성 의원이 늘어난 만큼 "국회 의장단에 여성 의원을 진입시키자"는 논의도 활발해졌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김상희 의원을 국회 부의장에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실현되면 헌정 사상 첫 여성 부의장이다.

자연스레 원내대표 후보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있다. 한 원내대표 후보는 "30분간 만남에서 '저는 여러분의 말씀이 없었어도 여성 의원들에게 당직을 맡기려고 했다'는 지론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이소영, 고민정 당선인(왼쪽부터). [연합뉴스]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이소영, 고민정 당선인(왼쪽부터). [연합뉴스]

이번에 처음 당선된 여성 당선인이 원내대표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지역구 당선인 8명에 더불어시민당의 여성 당선인 10명 중 8명(제명대상인 용혜인·양정숙 제외)이 합류하면 이들은 16명으로 늘어난다. 한 여성 의원은 "조만간 여성 의원 전원이 만날 것"이라며 "기존 '행복 여정'이었던 여성 의원 모임의 이름도 새로 정하고 단합된 목소리도 내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만을 표출하는 남성 의원도 있다. 한 민주당 남성 의원은 "전문성과 실력에 따라 배분돼야 하는 게 원칙인데, 여성이란 이유로 우선 배치되면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리천장을 깬다는 측면에서 여성의 국회직·당직 진출은 환영할만하다"며 "다만 실력도 겸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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