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순차적 등교, 코로나 재확산 대비한 ‘플랜 B’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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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황금연휴가 끝나는 6일부터 코로나19 방역과 일상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생활방역이 시작된다. 이에 따라 45일간 유지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대체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생활방역으로 가더라도 개인 위생수칙 준수와 집단 방역수칙 실천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5일 만에 생활방역 전환 #교실 집단감염 시 신속한 대응체계 갖춰야

생활방역 전환을 계기로 교육부는 어제 유치원과 초·중·고교(545만 명)의 등교수업을 단계적·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3월 초 등교 개학을 못하고 그동안 온라인으로 수업해 온 학생들이 13일 고3을 시작으로 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등교수업은 20일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교육부는 지역별 코로나19 감염 추이와 학교별 학생 밀집도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해 학년·학급별 시차 등교,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 오전·오후반 등교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시·도 교육청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등교수업을 위해 각급 학교는 특별 소독, 책상 재배치, 마스크 비축 등 기본적인 방역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집단감염을 걱정하는 만큼 교육 당국은 철저한 사전 준비로 감염 위험성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등교수업을 하더라도 초등 저학년의 경우 아직 어려서 행동 통제가 어렵고, 사춘기 학생들의 경우 이성보다는 충동에 이끌리기 쉽다. 따라서 학교와 교사들의 세심한 배려와 돌봄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고 등교수업을 결정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방역 체계 내에서 코로나19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신규 확진자는 최근 10명 내외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대량 실업 우려가 커지면서 민생 경제가 받는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등교수업을 찬성한 교육자들은 원격수업의 한계에 따른 학습 결손과 정서 불안 우려에다 고3의 경우 촉급한 입시 일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아직도 리스크가 작지 않다. 해외 유입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최근 10여 명이나 발생했다. 언제든지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정세균 총리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한 말 속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분명한 사실은 생활방역 전환과 등교수업이 결코 코로나19 이전 일상 그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응과 국민의 행동은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을 따라야만 한다. 정부는 생활방역 전환 이후 언제든지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면 정책 판단의 오류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신속하게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 다양한 가능성에 열린 자세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교육부는 학교에서 예상치 못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등교수업을 곧바로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준비를 해둬야 한다. 국민 개개인 역시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른 위생수칙을 앞으로도 철저히 지켜줘야만 한다. ‘스텔스 감염’ 등 코로나19는 과거와 양상이 다르고 예측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 그만큼 경각심을 잃지 말고 재확산 가능성에 상시 대비하는 장기전 태세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