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아세안+3'정상회의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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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후 첫 다자외교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6일 동포대표 간담회, 한.인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3박4일의 빡빡한 공식일정에 돌입했다.

송은호 인도네시아 한인회장 등 동포대표 20명과의 하얏트 호텔 숙소 간담회에선 링컨 대통령이 화제에 올랐다. 盧대통령은 "링컨은 아무리 봐도 보통사람이 아닌 것같다"며 "노예해방과 인권, 민주주의, 통합을 이뤘는데 아직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만한 경지에는 못따라간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링컨처럼 되려면 남북통일이 얼른 되든가 거저 주은 게 아니라 극적인 업적을 통해 이뤄지거나, 극적으로 죽어야 한다"며 "더 존경받는 사람은 독일통일의 토대를 놓은 빌리 브란트지만 나는 그런 게없다"고 했다. "이런 징검다리 하나라도 놓을 수있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한국사회와 관련, 盧대통령은 "군사정권시절 지배그룹이나 주류가 되지 않고 반대했던 사람들은 다 배제됐고, 대학에서 데모하면 평생 실업자가 되는 배제의 시대였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盧대통령은 "지금은 싸우지만 적어도 공존의 토대위에서 싸우고 있다"며 "서로 규칙에 승복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과제며 내가 그걸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영호남 대결은 규칙이 없다"며 "씨름을 하든 제비를 뽑든, 가위바위보를 하든지 대화와 토론을 하고 마지막에 표결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한때 노동자 투쟁을 부추기고 했는데 지금보면 나도 좀 심했던 것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때는 노동자의 권익신장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투쟁논리, 흐름이 남아있어 경제와 사회통합에 많은 부담이 되고 있어 마음의 부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능력이 탁월하지는 않지만 좋은 인연을 갖고 있다"며 "옛날에 노동자와 가까웠고 잘 알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최근 SK수사등의 표적성 시비와 관련, 盧대통령은 "요즘 가위 들고 머리깎거나 어떤 노래를 금지시키거나 대통령과 닮았다고 텔레비전 출연을 못하게 하는 일은 이제 없지 않으냐"며 의도없음을 강조해 웃음이 터졌다.

언론문제에 대해 盧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될 때 거대언론들이 굳이 반대편에 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내가 당선될 때 절대적으로 반대했다"며 "그 방법이 합법적이 아니라 대단히 규칙을 위반하면서 했다"고 말했다.盧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문제를 내가 잘 못풀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국에 대해 盧대통령은 "대화의 문제가 벽에 부닥쳐 있고 내가 잘못하고 있어서 국민들에게 죄송하지만 노력해서 싸울 때는 싸우고 대화할 때는 대화해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리=최훈 기자

<사진설명전문>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6일 오후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발리=신동연 기자<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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