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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1명 감염된 축구 경기를 뛰었다면…코로나19 노출 위험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프리미어 리그 경기 장면. AFP=연합

지난 1월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프리미어 리그 경기 장면. AFP=연합

선수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을 모르고 축구 경기를 했을 때 다른 선수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감염자와 1.5m 이내에서 마스크 없이 #1분 28초 동안 지낸 것과 동일한 위험

90분 경기를 뛰었다면 코로나 19 확진자와 1.5m 이내 거리에서 마스크 없이 1분 28초 동안 시간을 보낸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대학의 공중보건·스포츠의학과 소속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 리뷰 사이트인 medRxiv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덴마크 프로 축구 리그(Danish Superliga)의 2018~2019시즌 14경기에서 나온 선수 위치 데이터를 활용했다.
경기장 내 선수 위치는 반자동 다중 카메라 추적 시스템을 통해 확보했다.

연구팀은 감염된 선수에게 1.5m 이내로 접근했을 때, 즉 위험지역(Danger zone)에 있을 때를 감염 노출 상황이라고 간주하고, 1.5m 이내에 머문 시간을 계산했다.
감염 선수와의 거리가 1.5m 이내이면 노출점수(exposure score) 최고 점수인 1점을 받게 된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물론 고함이나 대화를 통해서도 작은 침방울(비말)이나 미세한 입자(에어로졸)이 날리고 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나 영국 보건부에 등에서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1m 이상의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노출 위험 계산을 위해 감염된 선수의 이동을 고려한 '반감기' 개념을 도입했다.
감염 선수가 머문 장소에서 2초가 지나면 위험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개념이다.

감염 선수가 달리면 폭 3m의 긴 '꼬리'를 남기게 되고, 그 꼬리 영역에 들어가면 노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초 전에 감염 선수가 머물렀던 장소에 들어가면 노출 점수 0.5점을 받게 된다.

축구 경기 때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을 나타낸 노출점수. 감염된 선수가 골라인에서부터 왼쪽 옆줄 라인과 15m 거리를 두고 초속 3m로 달려가는 상황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골라인에서 25m 지점까지 달려갔을 때 그 지점(가로축 15m, 세로축 25 m 지점)에서 검은색으로 표시된 반경 1.5m는 '위험지역'으로 노출점수는 1점이다. 감염선수가 지나온 길에는 폭 3m의 꼬리 영역이 생기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노출점수도 달라진다. 오른쪽 막대와 비교하면 해당 시각, 해당 지점의 노출점수를 알 수 있다. 자료: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축구 경기 때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을 나타낸 노출점수. 감염된 선수가 골라인에서부터 왼쪽 옆줄 라인과 15m 거리를 두고 초속 3m로 달려가는 상황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골라인에서 25m 지점까지 달려갔을 때 그 지점(가로축 15m, 세로축 25 m 지점)에서 검은색으로 표시된 반경 1.5m는 '위험지역'으로 노출점수는 1점이다. 감염선수가 지나온 길에는 폭 3m의 꼬리 영역이 생기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노출점수도 달라진다. 오른쪽 막대와 비교하면 해당 시각, 해당 지점의 노출점수를 알 수 있다. 자료: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연구팀은 90분 경기 내내 모든 순간에 대해 위험지역과 꼬리 영역을 파악하고, 이 영역에 들어선 선수들의 노출점수와 노출 시간을 계산했다.
계산은 초당 25회 빈도(25㎐)로 진행했다.

한 선수가 55점의 노출 점수를 받았다면, 감염 선수와 1.5m 이내 거리에서 55초를 보낸 것과 같다는 의미다.

한 선수만 감염됐다는 조건으로 14경기를 모두 분석한 결과, 90분 경기를 소화한 선수 한 사람의 평균 노출점수는 87.8초, 약 1분 28초였다.
가장 적게 노출된 경우는 0초, 가장 많이 노출된 경우는 656.9초로 11분이나 됐다.

연구팀은 또 "경기에서 뛴 시간과 노출 시간은 비례했는데, 경기가 일찍 끝날 경우 노출 시간도 짧아졌다는 의미"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축구 경기를 재개를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 선수가 있다고 해서 다른 선수가 감염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노출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고아아니아에서 열린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 국가 대표팀이 골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브라질 고아아니아에서 열린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 국가 대표팀이 골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연구팀은 "감염 선수가 1명일 때만 계산했는데, 감염 선수가 많아지면 감염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며 "프로 경기가 아닌 다른 수준의 선수, 다른 연령대 선수의 경기에서는 노출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스로인이나 태클 등 공이나 선수와의 직접 접촉에 의한 노출 위험은 계산에서 제외했다.

반면 득점 후 선수들이 세리머니는 로 인한 노출은 계산에 포함했다.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할 때는 가깝게 접근하고, 노출 위험도 커진다. 연구팀이 분석한 경기에서는 평균 2.6골이 터졌다.

연구팀은 "플레이 상태가 아닐 때 선수들이 거리를 둔다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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