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기형아 많은 것 우라늄탄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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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쿠니사격장의 우라늄탄 사용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 마을 주민들이 기형아 출산 등 피폭피해 현상을 잇따라 호소하고 있다.

매향 2, 3리 주민들은 16일 “7∼8년전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몇명이 (생존시 10살 전후) 숨졌으며 이들의 부모들은 미군이 사용한 포탄과 탄피를 주워 고물상에 팔곤 했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은 또 최근 들어서도 마을에 암환자가 5∼6명 발생했으며 타조농장에서는 무정란을 낳는 타조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매향3리 주민 최중빈(64) 씨는 “A-10기가 기총사격을 할때 탄두가 두번 폭발하고 섬광이 나는 것을 많이 봤다”며 “마을 사람들 중에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이 우라늄탄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격장 위험지구내에 있는 매향 1, 5리 사람들도 “최근 선천성 기형아가 7∼8명이 태어났고 정신질환자도 3∼4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우라늄탄이 지난 91년 걸프전에서 첫선을 보였지만 70년대 미.소 냉전기에 개발된 점을 미뤄볼 때 쿠니사격장 폭격훈련에 사용됐다면 20여년전부터 훈련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매향1리 주민 이상복(62) 씨는 “사격장 설치 이전엔 마을에 기형아가 전혀 없었는 데 미군의 폭격연습이후 기형아 출산과 정신질환자 발생이 늘고 있다”며 피폭피해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서울 한일병원 방사선보건연구센터 진영우(35) 연구원은 “미군 A10폭격기가 우라늄탄으로 폭격연습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인근 주민들이 만성적 피폭으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며“주변 토양과 공기에 대한 방사선 수치조사부터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의 피해배상 발표에 대해 매향1리 주민 나성옥(73) 씨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배상 방침을 정한 것이 다행스럽다”며 “고향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만은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주민 이주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연합뉴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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