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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1년 100마리 보는 섬촉새, 700㎞ 날아 일본서 왔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일 통영 소매물도에서 확인된 섬촉새. 참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털이 조금 더 삐죽하고 배가 노랗다. 다리에 감긴 은색 알루미늄 가락지에는 가락지를 감은 위치와 개체의 특성 등 정보를 담은 알파벳이 쓰여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난달 3일 통영 소매물도에서 확인된 섬촉새. 참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털이 조금 더 삐죽하고 배가 노랗다. 다리에 감긴 은색 알루미늄 가락지에는 가락지를 감은 위치와 개체의 특성 등 정보를 담은 알파벳이 쓰여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은 28일 “지난 3월 3일 통영 소매물도에서 확인된 섬촉새의 다리에서 일본 야마시나 조류연구소의 가락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소매물도에서 확인된 섬촉새는 일본 나고야 인근 나카이케미 습지에서부터 약 700㎞를 날아온 개체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의 홍길표 팀장은 “철새의 이동경로가 확인되는 사례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섬촉새가 드물게 관찰되는데, 그 새들이 일본에서 왔을거라는 추정이 가락지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출발지 정보 담은 0.05g의 알루미늄 가락지

섬촉새 다리에 감긴 알루미늄 가락지. 0.05g으로, 60kg의 사람에게 180g 정도의 무게다. 출발지, 부착한 단체, 개체 정보 등을 숫자와 알파벳으로 담았다. 이 사진의 알루미늄 가락지에는 ‘KANKYOSHO 2AM JAPAN 19519’라고 쓰여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섬촉새 다리에 감긴 알루미늄 가락지. 0.05g으로, 60kg의 사람에게 180g 정도의 무게다. 출발지, 부착한 단체, 개체 정보 등을 숫자와 알파벳으로 담았다. 이 사진의 알루미늄 가락지에는 ‘KANKYOSHO 2AM JAPAN 19519’라고 쓰여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섬촉새는 참새목 멧새과의 새다. 몸길이 13㎝, 몸무게 약 15g 정도로 참새와 유사한 생김새다. 일본 북부, 사할린, 시베리아 동부 등에서 번식하고 일본에선 전 지역에 분포할 정도로 흔한 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남해안 섬 지역을 통과하면서 1년에 100개체 정도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촉-촉-초초촉’ 하는 특이한 울음소리와 부산한 움직임 때문에 흔히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거나 입이 가벼운 사람을 빗대는 데 많이 쓰인다.

이번 ‘가락지 섬촉새’는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가 봄, 가을 정기적으로 하는 철새조사에서 발견됐다. 홍 팀장은 “가락지의 기록으로 보면 이 섬촉새는 지난해 봄에 태어나 10월에 가락지를 단, 2년생 새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리에 감은 가락지는 알루미늄 재질로 알파벳으로 부착 장소와 시점이 새겨져 있다. 가락자의 무게는 0.05g으로, 섬촉새 몸무게의 0.3%에 그쳐 새의 활동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난달 3일 섬촉새의 다리에서 발견된 가락지에는 ‘KANKYOSHO 2AM JAPAN 19519’라고 쓰여있었다. KANKYOSHO는 일본 환경성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날려보내는 가락지에는 'KPO(Korea Post Office)'가 쓰인다.

가락지 발견 확률은 1만분의 1

섬촉새의 출발지부터 소매물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700km다. [자료 국립공원공단]

섬촉새의 출발지부터 소매물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700km다. [자료 국립공원공단]

섬촉새는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하는 멸종위기등급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고, 일본에서는 흔한 새다. 700㎞라는 이동거리도 여느 철새에 견줘보면 아주 긴 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철새의 이동경로 중 가장 짧은 거리는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되새가 날아온 478㎞, 가장 긴 거리는 호주 브룸만에서 붉은어깨도요가 날아온 5839㎞다.

그러나 가락지가 달린 개체를 발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조류 연구자들이 철새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확인하기 위해 새를 포획해 가락지를 붙여 날려보내지만, 실제로 가락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소에서 2005년부터 15년간 총 8만 8764마리의 새 다리에 가락지를 달아 날려보냈지만, 해외에서 가락지를 확인했다고 보고된 건 9건에 불과하다.

거의 0.01%의 확률이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붙인 가락지를 우리나라에서 확인한 경우는 총 25건이고, 그 중 19건이 일본에서 매단 가락지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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