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요청 오면 코로나 협력 검토"···반대여론에 신중한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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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스크를 벗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직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스크를 벗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진단키트를 일본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 신문이 26일 보도했지만, 외교부는 일단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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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신문은 앞서 청와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진단키트의 판매 또는 무상 제공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요청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게 청와대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에서도 정부가 마스크를 일본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주일 대사관에서 최근 교민단체를 면담, 향후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외동포의 마스크 수요를 파악한 바는 있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마스크 지원을 타진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PCR 진단키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의 한국발 입국자 2주 격리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의 한국발 입국자 2주 격리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했다. [뉴스1]

하지만 외교부도 일부 여지는 남겨놓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마스크의 해외 반출은 통제되고 있지만, 국내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요청국의 상황을 감안하면서 마스크를 포함한 방역 물품의 수출 또는 인도적 지원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일본에 마스크·진단키트 등 신종 코로나 관련 지원을 할 것이라는 보도는 지난 20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즈음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미국과 일본, 6.25 참전국 등에 마스크를 수출하거나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외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국내 일각에서는 반발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정부, 美·日 한국전 참전국에 마스크 지원 시 일본 지원은 반대한다’는 청원이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여론도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일단 “일본 정부가 요청하지 않는 한 먼저 검토하지는 않는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초반 외교부가 중국 우한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험도 작용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단 국내 상황 안정이 우선”이라며 “일본이 요청도 안 했는데 먼저 지원 얘기를 꺼내는 것이 맞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 내부의 검토 상황에 대해 코멘트 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현재 한국 정부와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정부 안에서는 지난해부터 강제징용·수출규제 문제, 입국제한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부딪힌 한·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를 연결고리로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불편하고 어려운 관계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인도적 사유로 검토할 건 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가 코로나 협력을 일본과의 관계 개선 '카드'로 고려는 하고 있단 얘기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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