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성명 없었다···전두환 광주행 길에 울린 '임을 위한 행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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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재판ㆍ불법 재산 환수해라!” vs “망신주기 재판 멈춰라!”

27일 오전 8시 25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모습을 드러내자 골목 양쪽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5·18 민주단체와 자유대한호국단 시위대가 상반되는 구호를 외쳤다. 검은색 중절모에 흰색 마스크를 쓴 전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힐끗 바라봤을 뿐 별도의 입장표명 없이 곧장 차량에 탑승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 승용차에 탔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 전 대통령이 나오기 전 자택 앞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5.18 시민 단체 회원 십여명은 노래를 부른 후 성명서를 통해 “5.18 전남도청 앞 집단 사살 명령자가 자신이었음을 자백하라” “장기간 조직적으로 자행해온 5.18 왜곡은폐 공작을 낱낱이 자백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자유대한호국단 시위대 2명은 '망신 주기 재판 그만'이라고 적힌 피켓을 방송차량에 달아 놓고 “5·18명단 공개하라, 사기꾼 가짜 유공자 있다”고 맞받아쳤다. 다만 양쪽 시위대가 멀리 떨어져 있어 물리적인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이 광주 법원에 출석하는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해왔지만, 담당 판사가 바뀌면서 피고인 확인 절차를 위해 출석 의무가 생겼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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