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서 58% 감염" 콜센터 평면도까지 그린 정은경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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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구로구 콜센터의 같은 방에 근무하던 직원 10명 중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질본 연구팀은 구로구 콜센터 감염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학회지에 발표했다. 정 본부장은 “콜센터처럼 좁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환경이 코로나19의 확산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질병센터 학술지에 게재 #“밀집 공간, 코로나 전파 치명적 #건물 주변 5분 머문 사람도 추적 #안내 문자 총 1만6628개 보내”

26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의학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온라인판)에는 정은경 본부장팀이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빌딩에 있는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관련 당시 역학조사와 방역과정 등을 정리해 발표한 논문이 실렸다.

정 본부장은 구로구 콜센터의 평면도에 확진자 위치를 표시한 그림을 논문에 실었다. 이에 따르면 콜센터가 들어선 건물은 가운데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둘러싸고 사면에 업무 공간이 구획돼 있다. 사면 중 한쪽 면에 137명이 근무했고, 이 중 79명(57.7%)이 확진됐다. 나머지 세 면에는 콜센터 근무자가 많지 않았던 탓에 확진자가 5명이었다.

정 본부장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콜센터 한 층(11층)에서 노출된 경우 양성률이 43.5% 굉장히 높았다”며 “이는 밀집, 밀폐된 근무 환경이 코로나 전파에 위험하다는 걸 한 번 더 공간, 양성률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콜센터 건물에 근무·거주·방문했던 1143명 중 97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고, 이중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11층의 발생률은 43.5%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건물 평균 발생률(8.5%)보다 매우 높다.

구로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날짜별 감염병 곡선 [ 논문 캡처]

구로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날짜별 감염병 곡선 [ 논문 캡처]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 97명 중 89명(91.7%)은 조사 시작부터 증상을 보였고, 4명(4.1%)은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 14일의 격리 기간 안에 증상이 나타났다. 4명(4.1%)은 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이들의 가족 접촉자는17명이었고, 이들 중 2차 감염자는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놓고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의 실제 전염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거나, 방역 당국의 고강도 자가격리조치 등 후속 조치가 2차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줬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 본부장은 26일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콜센터 사례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증상 없는 시기 노출된 접촉자 17명이 모두 모니터 끝날 때까지 양성 확인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른 경우 무증상, 증상 전 하루나 이틀 전 감염 사례가 보고 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지속해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와 국내·외로 소통하기 위해 논문 형태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에는 첫 환자 발행 후 방역조치 과정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9일 이후 방역 당국은 즉시 건물을 폐쇄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해 건물 주변에서 5분 이상 머문 사람에게 총 1만6628개의 안내 문자를 보냈다.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가장 가까운 검사기관에 가서 코로나19 검진을 받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역 당국은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추적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의 한 콜센터 평면도를 보면 사무실 한쪽에만 확진자가 집중해서 발생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파란색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앉은 자리다. [논문 캡처]

지난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의 한 콜센터 평면도를 보면 사무실 한쪽에만 확진자가 집중해서 발생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파란색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앉은 자리다. [논문 캡처]

코로나19의 확산 방식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연구팀은 “건물의 엘리베이터와 로비 등 공간에서 서로 다른 층에 있는 근무자끼리도 상당한 상호 작용을 했지만 코로나19는 11층에서 집중적으로 확산했다”며 “콜센터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환경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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