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1일째 침묵, 그래도 "정상활동 중" 판단 근거 두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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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행사에 불참한 이후 신변 이상설이 돌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오후 현재 여전히 등장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남보다 뒤떨어진 건 사실" 이례적 인정

청와대가 21일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12일 북한 매체에 그의 공개활동이 보도된 이후 11일째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신변 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북한 매체에 건재를 알리며 즉각 반응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설’을 일축하는 한국 정부의 설명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변 이상설과 관련해) 우리는 모른다.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 매체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모습. 김 위원장은 이병철 당 중앙위원회 군수담당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등 간부들을 대동한 채 서부지역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북한 매체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모습. 김 위원장은 이병철 당 중앙위원회 군수담당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등 간부들을 대동한 채 서부지역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정상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이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의 이례적인 '정상 활동 중' 입장 표명이다. 한·미 간의 정보 자산을 통해 김 위원장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노출하면서까지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을 부인하고 나온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도 “김 위원장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15일 행사(김일성 주석 생일)에 나타나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며 “각종 정보 자산을 동원해 김 위원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외국 정상, 특히 북한 지도자의 신변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라며 “이번에 정부가 건재를 알린 건 상황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정보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북한 내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것도 근거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외국의 북한 대사관이나 북한 매체에 평소와 다른 모습이 포착되는데 아직 그런 모습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신적인 존재인 김 위원장에게 변고가 생겼을 경우 당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 태도가 달라지는데 현재는 평소와 다름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의 이상 징후를 판단하는 체크 리스트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 동정 보도 없이 '자력갱생은 우리 당의 일관한 정치노선'이란 제목의 논설을 1면에 실었다.

논설은 "우리가 아직은 남보다 뒤떨어진 것도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난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이어 "우리 인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간고한 시련의 고비들을 이겨내면서 자기 힘으로 살아나간다"며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기치 높이 나라의 존엄을 굳건히 지키고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억센 혁명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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