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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남·원·정 넘어야 산다" 평균 54세 통합당 초선의 특명

중앙일보

입력

미래통합당 비공개회의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가한 당선자와 낙선자가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비공개회의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가한 당선자와 낙선자가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쇄신의 기로에 선 미래통합당에서 초선 당선인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총선 패배로 당 분위기는 뒤숭숭하지만, 새 얼굴이랄 수 있는 초선 당선인의 비율은 ‘역대급’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포함 당선인 103명 중 절반이 넘는 58명(56.3%)이 초선이다. 당선인 숫자에선 밀리지만 여당(47.2%ㆍ초선 85명)보다 초선 비율은 높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합당 전신 새누리당의 초선 비율은 37.7%였다. ‘뉴페이스 열풍’이 몰아친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초선 비율은 51.2%(121명 중 62명)였다. 과거 어떤 국회보다도 통합당 새내기 의원들의 당내 존재감이 커졌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을 향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여의도 새내기 의원들이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 참신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소신 없이 당내 대세론에 휩쓸려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번 통합당의 초선 당선인들은 ‘젊음’과는 거리가 멀다. 60대 이상 당선인이 8명, 50대가 22명이다. 30대는 한 명(배현진 당선인)이고, 40대도 9명뿐이다. 평균 나이가 54세다. 지역 편중도 심하다. 지역구 초선 40명 중 영남권 당선인만 28명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초선 당선인들에게 참신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김웅 미래통합당 당선인(왼쪽 세 번째)이 지난 2월 새로운보수당에 영입될 당시 모습. 임현동 기자

김웅 미래통합당 당선인(왼쪽 세 번째)이 지난 2월 새로운보수당에 영입될 당시 모습. 임현동 기자

반면 총선 패배 후 통합당 내부에 생긴 권력 공백이 초선 의원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계파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발휘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김웅(서울 송파갑) 통합당 당선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수습되는대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당내 모임을 추진하고 싶다”며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패배를 복기하고 청년 정치인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쇄신ㆍ소장파 그룹은 역대 국회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의 초ㆍ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총선 국면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3년 11월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오세훈, 안상수, 남경필, 원희룡의원(왼쪽부터) [중앙포토]

2003년 11월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오세훈, 안상수, 남경필, 원희룡의원(왼쪽부터) [중앙포토]

하지만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보수 소장파에게도 황금기라고 부를만한 시기가 있었다. 2000년 당시 34살의 남경필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의원이 주도해 만든 ‘미래연대’는 새천년민주당에서 영입한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 쟁쟁한 386 그룹과 쌍벽을 이뤘다. 당내에서 개혁 성향의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낸 이들 보수 소장파를 일컬어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8대 국회의 ‘민본21’도 당시 김세연, 김성식, 황영철 등 초선 의원들이 주축이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등록금 문제로 대학가에서 촛불 시위가 벌어지자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학생들을 불순 세력으로 매도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19대 국회에서 김영우, 조해진, 하태경 의원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아침소리’도 존재감이 있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소통 문제, 메르스 사태 대응 등을 거론하며 여러 차례 내부를 향한 쓴소리를 던졌다.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국정쇄신ㆍ당 쇄신ㆍ당 화합을 위한 긴급토론회`에가 열렸다.당쇄신위원장으로 유력한 원희룡 의원이 발언을 듣고 잇다.오른쪽은 정의화 의원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국정쇄신ㆍ당 쇄신ㆍ당 화합을 위한 긴급토론회`에가 열렸다.당쇄신위원장으로 유력한 원희룡 의원이 발언을 듣고 잇다.오른쪽은 정의화 의원

통합당 내부에선 과거 ‘남ㆍ원ㆍ정’급의 쇄신 그룹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합당 인사는 “초선 의원들과 당 외곽의 젊은 인재들을 결합해 당 쇄신의 전권을 주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남ㆍ원ㆍ정을 넘어설 새로운 쇄신 그룹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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