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 'KKK'에 빗댄 美시장, 닷새뒤 비행기 추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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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커비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빌 커비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백인우월자 단체인 '큐 클럭스 클랜'(KKK·Ku Klux Klan)에 비유했다가 논란에 휩싸이며 사퇴 의사를 밝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시장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19일(현지시간) NBC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의 소도시인 오번의 빌 커비(72) 시장이 전날 오전 11시쯤 오번 공항 인근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커비 시장의 가족도 성명을 내고 “비극적인 소식에 우리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커비 시장이 오늘 오전 10시 30분쯤 오번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비행기에서 사망한 인물로 잠정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안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은 이번 사고에서 살아남았다”며 “안타깝게도 다른 세부사항이나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커비 시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KKK에 비유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굴을 가린 고깔모자 형태의 KKK 단원 복장 사진을 게재하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희소식은 이미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커비 시장의 게시물을 두고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롱했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시 의회는 지난 13일 온라인 회의를 소집했다. 커비 시장은 이 자리에서도 “대통령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비판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닷새 뒤 커비 시장은 직접 소형 비행기를 몰다 추락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됐다. 커비 시장은 2009년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연방항공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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