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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교섭단체' 만지작…미래한국·더불어시민 눈치 싸움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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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결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을 갖춘 정당은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둘뿐이다. 두 정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17석과 19석으로 이 요건을 채우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당초 예고했던 대로 모(母)정당과 곧바로 합당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민당은 당초 내부적으로 총선 후 1개월 안에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자체 공천한 당선인을 위해 당의 뼈대는 남겨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예정된 ▶원(院) 구성 협상 ▶상임위원회 배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야당 몫 2명) 추천 등에서 제3 교섭단체의 영향력이 적지 않아, 결국에는 시민당을 중심으로 독자 교섭단체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부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부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종걸 시민당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변화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탄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래한국당이 제3 교섭단체로 (통합당과) 서로 분신술을 쓰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민의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으면 그냥 방치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위성정당을 만들 때와 비슷한 논리로 야당 탓을 하며 위성 교섭단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는 통합당·미래한국당도 비슷하다. 민주당·시민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미래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별도 교섭단체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야당이 참패했지만, 그렇다고 야당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합당 시기는 21대 국회의 정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염동열 총괄선대본부장 등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염동열 총괄선대본부장 등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미래한국당은 19명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따라서 무소속 등으로 당선된 의원 1명만 영입하면 교섭단체가 된다. 반면 시민당의 교섭단체 구성은 여러 변수가 있다. 우선 친여(親與) 성향의 열린민주당(3석)과 합당이 첫번째로 떠오른다. 열린민주당은 “제안이 오면 안 할 이유가 없다”(정봉주 전 최고위원)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시민당은 “열린민주당과 통합은 없다고 얘기를 계속 해왔다”(윤호중) “합당할 가능성은 적다”(이종걸)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위성정당을 만들 때처럼 민주당에서 의원 3명 이상을 '꿔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당선된 이들에게 당적 변경을 요구하는 건 정치적으로 부담이 따른다. 또한 기본소득당 출신 용혜인 당선인, 시대전환 출신 조정훈 당선인, 민주당 출신 당선인 7명 등은 귀소본능이 강하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늦어도 4월이 가기 전에 양당 간 논의를 통해 교섭단체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종걸)이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론이 교섭단체 구성으로 수렴한다면, 180석에 이르는 ‘공룡 여당’에 2개의 국회 운영 주체를 굴리는 것이라 정부·여당이 강조할 입법 의제의 국회 처리가 한층 수월해진다. 우희종 시민당 공동대표가 전날(16일) 페이스북에 “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쓴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 검찰개혁·언론개혁 등 사회적 갈등 소지가 큰 어젠더를 21대 국회 출범 초기에 서둘러 띄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152석) 압승했을 때 개원 초기부터 국보법 폐지를 포함한 ‘4대 입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다. 그 실패의 여파는 대야(對野) 관계 파탄과 당내 계파 갈등, 17대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와 관련,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새로운 의제를 선정할 때는 그것이 경제와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인지 고려하면서 신중하고 지혜롭게 완급을 가렸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에 주력하더라도 시민당은 다소 급진적인 이슈를 띄우는, 일종의 ‘역할분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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