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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中실책론 끄집어내는 美...국가간 분쟁으로 번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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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15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국가간 정치ㆍ외교적 갈등으로 번져가는 조짐일까.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폭스뉴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불을 댕겼다. 폭스뉴스는 16일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한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유래했다고 보도했다. 단, 이는 생물무기로서가 아니라 바이러스 확인과 대응 능력이 미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중국 측 노력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또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했으며, 첫 환자는 연구소 직원이라고 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중국 윈난성이나 저장성 등에서 주로 서식하는 중화국두복박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천연 숙주로 꼽히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윈난성이나 저장성 등에서 주로 서식하는 중화국두복박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천연 숙주로 꼽히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14일 미 국무부 기밀문서를 인용,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중국 우한 연구소의 방역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2년 전 미 대사관 직원이 중국 우한에 있는 한 바이러스 연구소 시설을 방문한 뒤, 돌아와 이 연구소의 부적절한 안전조치에 대해 경고하는 보고서를 두 차례나 올렸다는 내용이다. 이 외교관들은 당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가 사스(SARSㆍ중증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급기야,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는“우리는 지금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대해 매우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연구실 유래설에 힘을 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14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유래했다고 알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시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세계에서 몇 안되는 최고 안전등급의 연구시설이며,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AFP=연합뉴스]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세계에서 몇 안되는 최고 안전등급의 연구시설이며,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영국 BBC 방송은 17일 ‘코로나바이러스:랩 유출설에 증거가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우한의 수산시장 인근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BBC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연구하는 세계 모든 바이오연구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바이오 안전 레벨(BSL) 등급 기준에 따르고 있으며, 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와 공동연구를 해온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도 이런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부실한) 대처를 두고 공격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중국 우한의) 랩 유출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제기됐던 유전자 조작을 통한‘생물무기설’에 대해서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지놈 연구 결과를 인용, “인공적으로 조작된 흔적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BBC는 보도했다. WHO도 코로나19가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올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영국 의학 전문매체 랜싯을 인용, 중국의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들의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의 수산시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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