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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코리아 끝? 14조 판 외국인이 31일만에 돌아와 산 종목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 나간 외국인이 돌아왔다. 코스피 시장에서 30거래일 동안 15조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 투자자가 17일 3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5일 이후 31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에 이어 기관 투자가까지 힘을 보탠 덕에 코스피 지수는 이날 한 달여 만에 191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회복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회복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로나19 공포 진정되자 다시 한국으로

외국인은 국내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진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37%를 차지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와 외국인 순매수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했다. 외국인의 투자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지난달 5일 이후 30거래일간 총 14조7649억원을 순매도하는 기록적인 '팔자' 행진을 벌여 왔다. 순매도 기간은 역대 두 번째, 금액 기준으로는 최대다. 외국인이 역대 최장 기간(33거래일) 순매도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2008년 6월 9일~7월 23일) 8조9834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하루 1조원 넘게 판 적도 세 차례나 됐다. 그러던 외국인이 17일 순매수로 돌아서자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셀 코리아' 행진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셀 코리아’기세 꺾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외국인‘셀 코리아’기세 꺾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외국인이 돌아온 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위험자산(주식) 회피 움직임이 누그러진 덕분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의료 전문지 STAT뉴스는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임상3상 시험에서 고무적인 치료 효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미국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지수는 한때 3% 넘게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투자 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과 미국 경제 재개 기대감에 공포 심리가 한층 완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둔화해 달러당 128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화 가치가 1217원대로 상승(환율 하락)한 것도 외국인의 태도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환율 차이로 발생하는 손해(환차손)를 입을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브리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브리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삼성전자·한진칼 등 매입

모처럼 돌아온 외국인은 정보기술(IT) 업종 등 대형주를 집중 매수했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엔 삼성전자(2636억원), 한진칼(372억원), 삼성SDI(337억원), LG화학(305억원), LG생활건강(250억원), 삼성전기(202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71억원) 등이 자리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4.9% 오른 5만1400원으로 마감해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여 만에 5만원 선을 회복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한 우량 종목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계속 살지는 '미지수' 

하지만 '본격적인 귀환' 판정을 내리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아직 치료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코로나19 공포를 떨쳐내기에는 부족하고, 경기 침체 우려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려워 매수세가 계속될 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경기 충격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경제지표가 나오는 데, 시장 기대보다 나쁠 경우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며 "코스피의 상승 탄력도 둔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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