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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또 525만명 실직, 실업자 4주 새 2200만명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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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미국 소비와 생산을 비롯한 실물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폐쇄된 시카고의 상점.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미국 소비와 생산을 비롯한 실물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폐쇄된 시카고의 상점. [AP=연합뉴스]

미국 경제에 잔인한 봄이 왔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를 잃고 지난 한 주(4월 둘째 주)간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524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는 전주(661만5000건)보다 137만 건 줄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 510만 건보다 많고,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550만 건보다 적었다.

코로나 이동제한 경제피해 본격화 #블룸버그 “10년간 만든 일자리 증발 #이대로 가면 4월 실업률 20% 될 것” #3월 산업생산 74년 만에 최대 하락 #옷 판매 반토막, 식당·주점은 -27%

이로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 대기’ 명령을 내리면서 경제 활동이 멈춰 서기 시작한 지난달 16일 이후 4주 동안 2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노동인구 8명 중 1명꼴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만든 일자리가 모두 날아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추세라면 4월 미국 실업률은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월 3.5%로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3월에는 4.4%로 올랐다.

시카고 한 점포에서 폐점을 앞두고 눈물의 세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카고 한 점포에서 폐점을 앞두고 눈물의 세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제 버팀목인 소비와 산업생산도 지난달 역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 미국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점을 닫고 주민 이동을 제한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4월 지표가 더 암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8.7% 줄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문가 전망치인 8.0%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2% 줄었다.

소매판매는 상점과 주유소, 음식점, 주점, 온라인 판매를 나타내는 지표로 미국인이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준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부문별로는 의류(-50.5%), 음식점과 주점(-26.5%), 자동차(-25.6%) 등의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인의 90% 이상에 자택 대기 명령이 떨어졌고, 슈퍼마켓·약국·방역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비필수 사업장 대부분의 영업을 중단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장시간 집에 머물기 위해 식료품을 비축하면서 식료품 판매는 26.9% 늘었다. 온라인 판매는 3.1% 증가했다.

미국 뉴욕시 할렘의 문 닫은 점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할렘의 문 닫은 점포. [로이터=연합뉴스]

소비뿐 아니라 산업생산도 확 줄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별도 발표를 통해 3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5.4% 줄었다고 밝혔다. 1946년 이후 7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산업생산에서 4분의 3 이상 차지하는 제조업은 6.3% 감소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면서 자동차 생산은 무려 27.2%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4월 통계는 3월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 주 정부가 주민 이동을 제한하고, 음식점·상점·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영업 중단을 명령한 시점이 3월 중순 이후다. 이를 고려하면 경제 셧다운 영향은 3월 지표에 절반밖에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코로나19가 초기에 확산한 일부 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는 4월 들어서 자택 대기 명령에 들어갔다. 따라서 전면적인 봉쇄 조치의 영향은 4월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5.9%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2.5%)보다 두 배 넘게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과 소비, 산업생산 개선은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는 시간표와 직접 관련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1일 경제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작 자택 대기 명령의 해제 권한을 가진 주지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종가 기준 20달러 미만으로=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역대급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가 배럴 당 20달러가 무너지면서 ‘10달러 시대’가 열렸다. 18년 만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거나, 산유국이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 이상 유가가 다시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1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WTI가 장중 일시적으로 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종가 기준으로 10달러 선을 기록한 건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유국은 이미 역대 최대 감산 규모에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바이러스 확산이 줄어 경제가 재가동 되고, 기업·개인의 소비가 회복될 때까지 유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배정원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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