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씨티·BOA, 美 월가 줄줄이 어닝쇼크 …코로나19발 채무불이행에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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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올해와 내년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올해와 내년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1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기업 매출 감소와 실업 대란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대손충당금 비율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은행 1분기 순이익 절반으로 급감 #코로나19 팬데믹 침체 우려에 대손충당금 늘려 #WSJ "모기지 등 사상최대 가계 빚, 큰 위기"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6% 감소한 12억1000만 달러(1조4870억원)를 기록했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1분기 순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46%, 45% 감소한 25억2000만 달러, 40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14일 JP모건과 웰스파고도 순이익이 각각 69%, 89% 급감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상황에 각 은행에 대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대출 관련 예상 손실을 9억3700만 달러로 추산하고 별도로 적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혼란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계획했던 투자 일부를 축소하고 올해와 내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는 "대손충당금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는 "대손충당금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로이터=연합뉴스]

BoA 역시 예상 대출 손실에 대비해 36억 달러를 적립하면서 대손충당금이 48억 달러로 늘어났다. 폴 도노프리오 BoA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종 대출 손실은 미국 정부의 지원책이 얼마나 잘 작용할지, 일시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고객들의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며 “모든 리스크는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 활동이 얼마나 장기간 타격을 입는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70억 달러가 늘어난 210억 달러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는 “이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다”라면서 “경제 충격을 수반하는 공중 보건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손충당금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주간 미국 신규 실업자 수가 1700만명에 육박하면서 가계 부채를 옥죄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전부터 모기지·자동차 할부·신용카드·학자금 대출 등 가계 빚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려온 미국인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셰일 등 원유업계·부동산·유통 등에서 추가 해고가 발생하고 미국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경우, 미국 전역에서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월스트리트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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