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단 어려운 폐암, 금연만이 최선의 예방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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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와병설로 연초부터 폐암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는 평소보다 10~20%정도 폐암을 의심하며 진찰을 의뢰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담배. 국내 폐암환자 열명 중 아홉명이 흡연자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폐암의 실체와 치료법.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폐암은 크게 현미경상 세포모양에 따라 소(小) 세포형 폐암과 비(非) 소세포형으로 구분되며 치료법도 전혀 다르다.
현미경상 세포 크기가 작은 소세포형 폐암은 대표적인 악성 암. 발견 당시 암세포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신체 다른 부위 어딘가엔 전이가 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수술 치료는 불가능하며 발견 즉시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책이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2~4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받으면 열명 중 한명은 2년 이상 재발없이 잘 지내며 평균 생존기간은 16~24개월로 증가한다.

반면 현미경상 편평상피세포암.선암.대세포암 등 비소세포형 폐암은 암세포의 퍼진 정도.주위 임파선 침범 정도.원격 전이 유무에 따라 1~4기로 나눌 수 있다(표 참조) . 치료는 가능하면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하는데 현대의학으로 3기초까지만 수술치료가 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정만표교수는 "국내 폐암진단 환자 중 수술을 받을 수 있는 3기초까지의 환자는 세명 중 한명이 안된다" 고 설명한다.
폐암 치료성적이 나쁜 이유도 이처럼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치료후 5년생존율은 1기인 경우 60~80%, 2기일 땐 40~60%며 3기초일 땐 30% 정도다.

최근 3기초인 경우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일단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법을 시행함으로써 생존율을 좀 더 높이고 있다.

그러면 조기 발견은 가능할까. 폐암의 증상은 무(無) 증상부터 각종 폐 질환에서 나올 수 있는 기침.가래.호흡곤란.객혈 등 여러 증상이 다 나타날 수 있어 증상만으로는 조기진단이 어렵다.
또 일단 어떤 증상이건 나타났을 땐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봐야 한다.

흔히 매년 신체검사 때 실시하는 가슴 X선사진으로도 조기발견은 어렵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서홍관교수는 "외국의 조사결과 3개월마다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해도 증상 시작에서부터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을 별로 단축시키지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밝힌다.

그러나 정교수는 "작년에 국내 도입된 방사능노출 최소화 CT(전산화단층촬영) 를 40세 이후 흡연자.폐암환자 가족 등에게 4개월마다 검사를 한 조기폐암 발견율이 다소 높아졌다" 고 말했다.
현재 국내 폐암조기발견율은 18%정도.
결국 폐암은 아직까지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통계에 따르면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울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은 22배 높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김일순교수는 "흡연자는 니코틴 중독증상 때문에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실천하기 어렵다" 며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에서 니코틴 패치 등의 도움을 받아 체내 니코틴 양을 점차 줄여 몸이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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