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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기본합의서 타결, 외대 밀가루 사건···정원식 전 총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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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던 정원식 전 총리가 12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정치권 등에 따르면 신부전증을 앓아 3개월여 전부터 투병하던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쯤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1928년 황해남도 재령군에서 태어난 정 전 총리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이 대학 사범대 교수, 한국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문교부 장관이 됐다.

노태우 정부 국무총리 시절의 정원식 전 총리. 남북고위습회담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태우 정부 국무총리 시절의 정원식 전 총리. 남북고위습회담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장관이 된 뒤로는 학원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학원소요 사태와 교권 침해행위 등에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불법화를 선언하면서 전교조 결성에 참여한 교사 1500여명을 해직·파면 조치했다. 이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문교부 장관에서 물러나 한국외대, 덕성여대 등에서 강사로 일하던 고인은 1991년 5월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된다. 같은 해 6월 3일 고인은 취임을 앞두고 한국외대 대학원에 고별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전교조 선생님들을 살려내라”고 외치는 학생들한테 포위돼 20분간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이 사건 이후 학생운동권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으며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국회는 그해 7월 8일 임명동의안을 가결, 고인은 정식 총리에 취임했다.

밀가루를 맞은 정원식 전 총리. 중앙포토

밀가루를 맞은 정원식 전 총리. 중앙포토

고인은 1992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며 3차례 평양을 다녀왔다. 남북고위급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로 평양에서 김일성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1991년 12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골자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타결해 서명했다.

1992년 정원식 국무총리와 연형묵 북한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1992년 정원식 국무총리와 연형묵 북한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이어 1992년 2월 19일~20일 평양에서 열린 6차 회담에서 연형묵 정무원총리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1992년 10월 7일 총리직에서 사퇴한 정 전 총리는 그해 말 민자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돼 김영삼 후보를 지원했다. 이어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둬 온 그는 2002년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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