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잠? 메르스도 3년간 3번 폭발…이번 주말만은 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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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객원기자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당장 다음주가 그때일 수도 있다. 과거의 신종 감염병들이 대개 그랬다. 흑사병 이후 최악의 신종 감염병인 스페인 독감은 1918년 7월에 처음 나타나 폭증세를 보였다. 영국의 치사율은 0.5%였다. 8월 들어 잠잠해진 줄 알았더니 11월에 다시 돌아왔다. 이때의 치사율은 2.5%로 무려 5배나 독해졌다. 이게 끝인가 했더니 이듬해인 1919년 2월에 세 번째 폭증기가 찾아왔다. 결국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메르스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한 차례의 폭발로 끝났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여러 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폭증기를 거치며 약 3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사라졌다.

부활절에 봄꽃·총선운동 절정 #전 국민이 거리두기 지키면 #가족·이웃 지키고 경제 살릴 것 #스페인독감은 넉달 뒤 2차 폭증 #7개월 뒤 3차…5000만명 사망 #코로나, TK 줄고 수도권 계속 확진 #2차 폭증 땐 의료 인프라 못 버텨

스페인독감 2차

스페인독감 2차

지금까지 코로나19의 확산을 잘 막아왔던 이웃 나라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싱가포르는 3월 말 일일 확진자 수를 23명까지 낮춘 적도 있었지만, 최근 갑자기 다시 늘어나 4월 8일에는 하루 14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성공 사례인 홍콩도 지난 며칠간 신규 확진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을 안심할 수 없게 만들었던 한 가지 이유는 대구·경북 지역의 사태와 나머지 지역의 사태는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메르스 크고 작은 폭발 계속, 해외선 3년 지나서야 끝났다

메르스 2,3차

메르스 2,3차

대구·경북은 신천지 때문에 폭증했고, 따라서 신천지를 잡으면 감소했다. 그런데 나머지 지역은 신천지와 같은 진원지(epicenter)가 없는데 확진자는 늘어난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사회 감염일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저강도 위기는 어느 순간 결집하면서 대규모의 고강도 폭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이 위험하다. 확진자 추이를 대구·경북과 수도권으로 나누어 보면 알 수 있다. 한때 하루 73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던 대구·경북은 최근에는 10명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면 서울·경기·인천은 10명 이하였던 수치가 꾸준히 올라가서 40~50명 수준에 이르렀다.

최전선의 의료인력은 초인적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확진자 폭증이 다시 일어난다면 의료 인프라가 붕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병상이 없어서 입원도 못해보고 사망하는 경우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질병을 가진 중환자도 마찬가지다. 확진자의 증가와 감소는 재생산지수(R0)로 나타난다.

코로나19 대구·경북은 가라앉았지만 수도권은 안심할 수 없어

코로나19 대구·경북은 가라앉았지만 수도권은 안심할 수 없어

사태 초기 7을 넘던 국내 재생산지수는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참여 덕분에 3월 말 현재 0.6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다(전영일 통계개발원장과 데이비드 피스먼 토론토대 교수의 연구). 세계보건기구(WHO)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가브리엘 륭 홍콩대 교수는 재생산지수 0.15가 되면 물리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7에서 0.6으로 낮아진 지금,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 한숨 짓는 자영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이번 주말이 가장 중요한 고비다. 꽃구경 인파가 절정을 이루고 부활절 예배가 겹친 데다 총선 선거운동의 막바지다. 이번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날지, 최악의 의료 붕괴를 겪게 될지 결정될 수 있다. 거리두기를 위한 전 국민의 적극 참여와 인내, 절제가 필요하다. 나라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장덕진 교수

장덕진 객원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객원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사회학과장)로 재직 중이다.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이용해 경제사회학적 제반 현상의 속내와 트렌드를 분석해 내는 전문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장덕진 객원기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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