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에서]코로나 한파 한창인데 헛바퀴만 도는 정부의 규제 개혁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 산,학,연,병 합동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 산,학,연,병 합동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으로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경제는 두 달 사이 끝을 알 수 없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경제를 움직이던 바퀴가 순간 멈췄다.

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돈을 푸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주재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터널 속”이라며 “17.7조 원 규모의 내수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백화점·마트 등이 부담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을 올해 부과분에 한해 30%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19로 매출 절벽을 겪는 유통 업체가 경감을 호소했던 규제 중 하나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이 정도로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엔 역부족이고, 코로나 19 이후 재편될 산업 질서에 전혀 대비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작 가장 중요한 규제 개혁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비상경제회의에서 규제 개혁은 찬밥 신세다. 한 예로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필요한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일찌감치 사업 진출에 나선 KT는 손가락만 빨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없어야 한다는 규제에 막혀 있어서다.

산업시설 용지라는 이유로 제주 산업단지에 브랜드 매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 IT 기업의 하소연을 듣고 있자면 “참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만 든다. 코로나19로 산업 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돈을 푸는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을 얽매는 규제를 풀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재로 신산업 진출 기회는 이중·삼중 규제에 막혀 있다. 코로나 19로 한층 더 빨리 현실이 될 미래 배달 서비스 드론만 놓고 봐도 개인정보보호법, 항공안전법, 소방기본법 등 8개 법안이 똬리를 틀고 새로운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드론이 소방활동 장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재 현장 구조에 활용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현장규제는 또 어떤가. 중앙일보 4월 9일자 8면 '영장도 없는 공정위 현장조사, 언제 끝날지도 안 알려준다' 보도 이후 공정위는 “(현장) 조사공문에는 조사 기간·목적·대상·방법 등이 명시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장 기업에선 “공정위 공문에 나와 있는 조사 기간은 현장조사 기간만이 적혀 있고, 최종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회사에 알려주지도 않는다”며 “조사 목적도 부당지원 및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처럼 너무 광범위해 어떤 조사를 당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비판이 들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구처럼 현장에서 이뤄지는 규제는 정부가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기사

강기헌 산업1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