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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보 공유, '다급한' 평택시와 '검토중' 캠프 험프리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방식 둘러싸고 주한미군과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확진자 접촉자 명단 등 평택시 협조 요청에 #보안·개인정보 보호 중시 주한미군은 신중

"캠프 험프리스 내 확진자 정보를 공유하고, 이곳 민간인 근로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하자”는 경기 평택시의 협조 요구에 주한미군이 ‘검토중'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장병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뉴스1]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장병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뉴스1]

8일 미 군사전문매체 성조지(Stars & Stripes) 등에 따르면 최근 주한미군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는 평택시의 제안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뿐 아니라 미군 가족과 민간인 근로자 등 3만7000여명이 상주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다.

앞서 평택시는 캠프 험프리스 관계자들과 지난 4일 긴급회의를 갖고 미군 관련 확진자 및 접촉자 등 역학조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군 외에 미국 국적 근로자들에 대해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기지에서 실시하는 코로나19 검사가 주로 미군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평택시의 해당 계획에 대해 “공식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며 검토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마이클 트렘블레이 캠프 험프리스 사령관은 전날(7일) 페이스북 라이브에 출연해 “정장선 평택시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평택시가 무엇을, 왜, 어떤 방법으로 하길 원하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지 내 민간인 전수검사에 대해선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트렘블레이 사령관은 “평택시가 인구 전체를 검사하지 않는 것처럼 기지 내 전수검사 역시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측간의 논의는 평택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작됐다. 주한미군 측 인원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 아니냐는 지역 여론에 지자체가 다급한 협조 요청을 보낸 것이다.

실제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평택 19번 확진자의 경우 미군 영외 거주자 상당수와 접촉했지만 정확한 역학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안이 중시되는 미군 부대 특성상 지자체와 이들 접촉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비교적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평택시는 기지 내 근로자 중 특히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미 국방부나 미군 소속 인원이 아니라 기지와 업체 간 계약으로 한국에 들어와 있어 감염병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평택시는 지난 6일 주한미군에 이들의 명단 등 정보 제공을 요구했지만, 주한미군은 “개인정보이므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반면, 주한미군은 주둔 중인 미군의 코로나19 검사 일부를 한국 연구소에 맡기기로 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캠프 험프리스 내 의료시설인 브라이언 D. 올굿 병원이 하루 최대 80~100개 검체 검사를 할 수 있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검사 수용 인원에 여유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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