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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청정국' 과시? 안열어도 되는 최고인민회의 강행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각국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북한은 오는 10일 최고인민회의(정기 국회)를 개최한다. 북한은 통상 1년에 1~2차례 회의를 열고 인사와 법률 개정을 해 왔다. 특히 4월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는 예산을 결산하고, 올해 예산안을 심의하는 정기 국회의 성격이 짙다.

오는 10일 정기국회격 최고인민회의 평양 개최 #예산안 논의가 목적, '코로나 청정국' 과시할 듯 #인사, 정면돌파전, 김정은 참석 여부 등 관심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아 지난 2월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을 시작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 뉴스1, 노동신문]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아 지난 2월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을 시작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 뉴스1, 노동신문]

그러나 북한이 매년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 행사를 대폭 축소하는 등 지난달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해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해 왔기에 어떤 식으로든 최고인민회의가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다.

7일 현재 북한이 회의를 연기한다는 소식은 없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했는데, 이달 초 신종 코로나를 염두에 둔 전염병 예방법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에서 수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굳이 대규모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를 하지 않아도 국정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통해 내부 기강을 다잡고, ‘코로나 청정국’임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룡 내각 총리,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대의원증을 들어 안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룡 내각 총리,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대의원증을 들어 안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열지 않을 경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법률을 수정하는 등 현안을 처리하는 구조”라며 “그럼에도 최고인민회의를 여는 건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7기 5차) 이후 첫 국가 차원의 행사를 통해 정면돌파전을 다시금 강조하고,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이뤄지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등 다양한 목적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가 정기 국회라는 점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보고와 결정이 이뤄질 텐데, 북한이 이 밖에 어떤 사안을 논의하고 공개할지도 관심사다.

우선, 북한이 ‘간부 사업’이라고 부르는 인사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당 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소수의 행정부(내각) 인사가 있었는데, 연장선에서 내각에 대한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와 단절하는 '밀봉'과 간부들의 ‘특권 의식’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했다는 점에서 국가비상방역 시스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내각의 장ㆍ차관급 인사들에 대한 경질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해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북한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낼지도 주목거리다. 김 위원장은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내세웠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1~3월 대내외적으로 ‘올 스톱’ 상태였다.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기해 대대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 극복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전국 각지의 대의원이 모이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직접 등장해 정면돌파전에 나설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구성된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격)에 나서지 않았고,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이 대의원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김 위원장이 형식적으로 입법부인 최고인민회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설령, 그가 회의에 나서지 않더라도 북한이 관례상 최고인민회의 직전 전원회의 또는 정치국 회의를 통해 회의 안건을 확정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김 위원장이 ‘입김’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최고지도자(김 위원장)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지방에서 대의원들이 모이기 전에 이미 정치국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내부 자원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정면돌파전을 재차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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