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버틴 美유학생 "한국인 온정 쏟아져, 마음만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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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건국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국 국적의 게릿 나이트(27)와 마거릿 콤튼(20). 정진호 기자

서울 건국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국 국적의 게릿 나이트(27)와 마거릿 콤튼(20). 정진호 기자

“자식 같다” “마스크라도…”

‘미국인 유학생 “삼각김밥으로 버텨도, 안 돌아간 건 최고 선택”’ 기사(중앙일보 4월 6일자 2면)가 나간 이후 이들을 돕고 싶다는 e메일이 중앙일보 측에 쏟아졌다. 미국에서 지난 1월 입국한 게릿 나이트(27)와 마거릿 콤튼(20)은 “마음만 받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대신 이 기사로 인해 게릿과 마거릿에게는 한국인 친구가 생겼다.

해당 기사

각각 서울 성동구와 대전에 살고 있다는 60대 독자들은 “타국인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 자식 같은 학생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격려를 해주고 싶다" "따뜻한 밥이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경기도 성남에 산다는 이모씨 등은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다들 정말 상냥하다” 

게릿과 마거릿은 자신들에게 쏟아진 메시지를 전달받고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다만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게릿은 “다들 정말 상냥하다(sweet) ”며 “그들의 제안에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무언가를 받으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마거릿은 “응원의 말들이 모두 힘이 된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게릿 나이트(27). [게릿 제공]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게릿 나이트(27). [게릿 제공]

게릿과 마거릿은 기사가 나간 이후 댓글까지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가며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이를 영어로 번역해 이해하기까지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엔 ‘주위에 이런 친구들 있다면 잘해주면 좋겠다’ ‘먹는 거라도 잘 챙겨 먹길 바란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어 가르쳐 줄 친구 생겨

게릿과 마거릿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주로 먹는다는 게 아니라 한국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교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 행사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마거릿은 지난달에도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어도 배우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한 바 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이들에게는 한국 친구가 생겼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는 성모(28)씨가 “게릿과 마거릿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어 더더욱 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오면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마거릿 콤튼(20). [마거릿 제공]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마거릿 콤튼(20). [마거릿 제공]

비슷한 또래의 한국인이 연락을 해왔다는 말에 게릿과 마거릿은 “연결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마거릿은 “자신의 연락처를 전달해 달라”면서도 “한국어를 못하는데 괜찮냐”고 물어왔다.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성씨는 현재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뒤 일정을 맞춰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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