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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선언 전 '도쿄탈출' 해시태그 확산…지방이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수도권과 오사카 등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가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아침 도쿄의 한 전철역에서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수도권과 오사카 등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가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아침 도쿄의 한 전철역에서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선언을 예고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도쿄 탈출’이란 해시태그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이날 보도했다.

7일 긴급사태선언 앞두고 트위터서 퍼져 #친가로 내려갔다가 전파시킨 사례 있어 #지방은 병상 적어…'의료체제 붕괴 가속화' #도쿄 대학병원서 의사 18명 회식 후 감염 #"이 와중에 40명 집단 회식하나" 여론 뭇매 # #

전문가들은 도쿄에서 친가 등이 있는 지방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덜했던 지방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바이러스가 지방으로 내려가 집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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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들어 유사한 사례가 여러 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사가현에선 도쿄에서 귀성한 3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 여성의 70대 어머니와 80대 할머니도 각각 양성으로 확인됐다.

아키타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도쿄에서 전문학교에 다니다가 친가로 내려온 10대 여성이 간호조무사인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 정육 매대가 거의 비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도쿄에선 외출 자제 등에 따른 식료품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 정육 매대가 거의 비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도쿄에선 외출 자제 등에 따른 식료품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사례도 있다. 도쿄에 사는 10대 여학생이 지난달 18일 시즈오카의 친가를 찾았는데, 이 학생이 도쿄로 돌아온 뒤 지난 1일 감염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 학생의 어머니는 시립시즈오카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PCR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일가족 4명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란 지방에서 감염이 확산될 경우 의료체제 붕괴가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전문가회의의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대 교수(바이러스학)는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소수의 감염자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료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만한 행동은 가능한 피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 신종 코로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쿄의 유명 대학병원에선 의료진 18명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확진자를 포함해 40명이 최근 집단 회식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게이오기주쿠대학병원은 병원 연수의 1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집단 회식에 동석했다고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게이오기주쿠대학병원 홈페이지 캡처]

게이오기주쿠대학병원은 병원 연수의 1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집단 회식에 동석했다고 지난 6일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게이오기주쿠대학병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게이오기주쿠대학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병원 측은 지난달 31일 병원에서 연수를 마친 연수의 1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이 연수의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연수의 99명을 검사했다. 그 결과 6일까지 18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연수의 40명이 참석한 회식에 동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에서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도쿄도지사가 외출 자제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진 셈이다.

병원 측은 “연수의들의 행동은 환자를 보호해야만 하는 의료인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의사로서의 자각이 결여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사과문을 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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