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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지마세요"…'코로나 피난'관광객에 日오키나와 비명

중앙일보

입력

"다른 관광지와 달리 관광객들의 수가 줄지 않고 있는 건 평소 같으면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 우리도 불안하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은 섬 방문을 자제하도록 부탁드린다."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 해변의 모습. [오키나와현 홈페이지 캡처]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 해변의 모습. [오키나와현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1일 일본 최남단인 오키나와(沖繩)현 이시가키(石垣)시의 나카야마 요시타카(中山義隆)시장이 이처럼 전국민에게 관광 자제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시가키시 "관광 자제"이례적 회견 #"남쪽은 코로나 안전"루머 확산 #크루즈선 빼면 오히려 손님 늘어 #"감염 발생시 지역 의료체제 붕괴" #안와도 고민,코로나 피난 딜레마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확대와 외출 자제 요청으로 일본내 관광지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제발 관광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이례적인 회견이었다.

이런 회견이 열린 건 '코로나 관광 절벽'속에서도 이시가키섬에만 특이할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에 있는 섬은 신종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코로나 피난에 좋은 곳"이라는 근거없는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감염이 확대되고 있는 대도시의 주민들, 해외 여행을 포기한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지난 2월 섬을 방문한 관광객은 8만4275명, 크루즈선의 기항이 격감한 영향 때문에 전년 같은달에 비하면 약 1만2000명이 줄었다.

하지만 항공편을 이용하는 관광객만 따지만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7만9980명이나 된다. 3월에도 같은 상황이 지속됐다고 한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취소되며 단체 손님은 줄었지만, 대학생 개인 여행자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이시가키시 관광교류협회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해외여행이나 감염자가 많은 홋카이도 여행을 포기하고,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남쪽의 섬들에 왔다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섬의 해변의 모습. [오키나와현 홈페이지 캡처]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섬의 해변의 모습. [오키나와현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의료태세가 취약한 섬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섬 주민들과 달리 관광객들은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있다.

자칫 여행객이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주변 섬을 통틀어 3개 뿐이다.

그래서 “감염자가 나오면 곧바로 지역 의료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5월초 ‘골든 위크’로 불리는 일본의 대형 연휴를 앞두고 이시가키시는 경계태세를 더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관광객들의 방문이 급감할 경우엔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코로나 피난’은 관광지들엔 딜레마다.

너무 와도 고민, 너무 안 와도 고민인 셈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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