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천사, 애들은 걱정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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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싸우다 숨진 영국 간호사 아리마 나스린. [월솔 병원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싸우다 숨진 영국 간호사 아리마 나스린. [월솔 병원 홈페이지 캡처]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아요.”

세 아이의 엄마 영국 30대 간호사 #코로나 환자 돌보다 확진 숨져 #남편, 의사 만류에도 마지막 포옹

남편은 의료진 만류에도 마지막으로 아내를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인공호흡기를 단 아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이내 눈을 감았다.

BBC 등 영국 매체들은 3일(현지시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일선에서 싸우다 숨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간호사 아리마 나스린(36)의 사연을 전했다. 꿈에 그리던 간호사 자격증을 딴 지 1년 3개월밖에 안 된 아리마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열성으로 돌보던 중 자신도 감염됐다. 2주 동안 자신이 일하는 웨스트미들랜즈의 월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3일 사망했다. 평소 건강했고, 기저 질환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여동생 아쉬(31)는 영국 매체 더선에 언니의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남편이 그 곁을 지켰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그는 아내를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세 아이가 눈에 밟힐 아내가 듣고 싶어 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아이들은 걱정하지 마.” 둘 사이엔 8세, 10세, 17세인 세 아이가 있다.

부모가 파키스탄 출신인 아리마는 10대 때 뇌졸중을 앓은 할머니를 돌봤고, 그때부터 간호사를 꿈꿔왔다. 2003년부터 월솔 병원의 시설관리과 의료 보조원으로 일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지난해 1월 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급성 병동에서 근무했다.

그는 생전 “나는 노인이나 약자를 돌보고 싶었다. 결국 간호사의 꿈을 이뤄서 매일 아침 기뻐서 운다”고 말해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격증을 얻은 이후 트위터에 “나에게 이런 놀라운 순간이 올 줄 몰랐다. 사람들은 꿈을 꿀 권리가 있다고 믿어 고군분투해왔다”는 글을 남겼다.

코로나19에 감염되기 며칠 전에도 월솔 병원의 2003년 취업 제안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17년 동안 이 여정을 사랑했다”고 적었다.

월솔 병원은 홈페이지에 “아리마는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전문적인 간호사였다”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도 “당신은 천사였다.”, “위험을 무릅쓰며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해줘 감사하다.”, “우린 모르는 사이였지만, 당신은 이제 영웅이다. 당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등 글을 올렸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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