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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팬더믹'…전 세계 덮치는 개인 파산 공포

중앙일보

입력

800만 명

지난달 중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수다. 코로나19 사태로 각 지역의 공장이 멈추고 경기가 얼어붙은 탓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실직자가 18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중국의 1~2분기 수출이 전년 대비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2월 도시 실업률은 6.2%로,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여름 중국에서는 874만명의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 시장에 나올 전망이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의 도시 신규 일자리는 108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74만개)보다 크게 줄었다. 아이리스 팡 ING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도시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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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실업 사태와 개인 파산이 도미노처럼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가 29일 각국 금융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서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증이 팬더믹 상황으로 발전했듯, 중국에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들을 곧 세계 각 나라에서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보도에서 익명을 요구한 중국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2월 중국 신용카드 연체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대출업체 취뎬은 2월 소비자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보다 7%포인트 늘어난 2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연체율이 심상치 않자 중국 초상은행은 아예 신용카드 업무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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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틀란티스 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1%대였던 중국 시중은행 소비자 채무불이행률이 최근 4%까지 올랐다. 중국의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55조 위안(약 9451조 7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낮춘 까닭에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최근 코로나19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하자 가계 부채가 위험한 상태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이 없으니 빚을 갚을 능력은 없고 결국 개인 파산을 선언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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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계 각국이 중국과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세계 경제에 발생할 사건을 중국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서 본격화된 개인 파산은 이제 주요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3월, 세계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수준인 47조달러(약 5경757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도 12조 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다. 프랑스, 스위스, 뉴질랜드, 나이지리아의 경우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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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 합계는 9300억 달러(약 1133조 39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셋째 주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328만건으로 전주의 28만건에서 10배 이상 폭증했다. 노동부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67년 이래 최대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이 32.1%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지난 100년간 미국 경제가 겪었던 것과는 다른 충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실직자가 2500만명으로 늘고, 이에 따른 소득 결손이 3조4000억 달러(약 4143조 92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리적 생존을 위협하던 코로나19 사태가 이제 경제적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또 다른 차원의 팬더믹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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