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지, 폭망" 더 세진 김종인의 입···"우리 통합민···" 말실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를 맞은 3일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했다. 김종인 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인천 남동구 인천시당에서 선대위 회의를 가진 뒤 인천 지역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를 차례로 지원 방문했다.

당 지도부의 대여 공세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경제 폭망” “깡통” 등 유세전에 동원된 대여 공격 용어도 거칠어졌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신기시장에서 인천 미추홀구갑에 출마한 전희경 후보(왼쪽 두번째)와 함께 물건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신기시장에서 인천 미추홀구갑에 출마한 전희경 후보(왼쪽 두번째)와 함께 물건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거지 같다, 깡통 찰 지경" 대여 공세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타깃 삼아 공세를 펼친 건 전날과 같았지만, 강도는 한층 세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경제 상황을 보면, 어느 상인이 대통령 질문에 답하면서 ‘경기가 거지 같다’고 말했는데 거지 같을 뿐만 아니라 깡통을 찰 지경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정권의 행태를 보면 연극·조작하는 데 능숙하지만 실생활 관련 정책에 대해선 아무 무능하고 염치와 체면도 없다”고도 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통합당 후보 역시 강한 대정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종로 지역 유세에서 “국제 관계가 나빠지고 있는데 정부는 좋아졌다고 한다. 속이 터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정부는 폭망(폭삭 망한) 정권”이란 말도 했다.

‘n번방’ 관련 발언이나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 길이에 대해 “키 작은 사람은 들지도 못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권의 비판이 나오자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이다. 적당히들 하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조국 살리기 이슈화, 소도 웃을 노릇"

통합당은 범여권의 ‘윤석열(검찰총장) 때리기’에 대해서도 더욱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 현안이 많은데 이제 와서 조국 살리기라는 엉뚱한 짓을 벌이고 있다”며 “여권의 정당이라는 데서 검찰 총장을 검찰청장으로 부르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총선 앞두고 그렇게 할 일이 없어서 조국 살리기를 선거 이슈화시키는 건 진짜 소도 웃을 노릇”이라고 했다.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은 현행 검찰총장 호칭을 검찰청장으로 바꾸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MBC 보도는 전형적인 정치 공작의 산물”이라며 “공영 방송이기를 포기하고, 대놓고 하청 기사를 쓰는데, MBC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MBC가 채널A 법조팀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을 연이어 보도한 것을 두고서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역 인근 의정부시갑 강세창 후보의 캠프를 찾아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역 인근 의정부시갑 강세창 후보의 캠프를 찾아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선대위와 별개로 움직이며 수도권 후보를 지원하는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중도층을 겨냥한 표심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당 함경우 고양을 후보를 만난 그는 “문재인 정권이 정말 싫은데 통합당에 선뜻 손이 안 간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덜 변화하고 덜 혁신해서 그런 것 같다”며 “국민이 기회를 줬지만 보수 정권 9년간 우리가 잘못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당 이름 '민주통합당'으로 잘못 말한 김종인

통합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선거 공조는 이날도 계속됐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통합당 선대위 회의에 참여해 “형제 정당인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총선 승리를 통해 ‘정말 못 살겠다, 제발 바꿔달라’는 민심에 부응할 것”이라며 “4ㆍ15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는 통합당, 비례대표 투표는 미래한국당을 각각 선택하셔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일부 후보와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상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선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구에선 김 위원장의 지원 유세 도중 윤 후보 측 선거원들이 “이기는 후보가 미래통합당”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공천 탈락에 항의했다. 그러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안상수 통합당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무소속 출마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우리 통합당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분의 복당을 금지하고 있다는 말씀을 참고로 드린다”고 답했다.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졌다.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당시 방명록에 맨앞 글자에 ‘민’을 썼다 지웠던 김 위원장은 이날도 비슷한 실수를 두번 했다. 그는 회의에서 “현명하신 인천 유권자들이 높은 수준의 지혜를 갖고 우리 통합민…”이라고 말했다가 곧장 “통합당을”이라고 정정했다. 또한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를 지원 방문한 자리에선 “솔직히 말해서 민주통합당, 아니 미래통합당이 마음에 흡족하게 드는 건 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용현사거리에서 동구미추홀을에 출마한 안상수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공천탈락으로 무소속 출마하는 윤상현 후보 지지자들이 '이기는 후보가 미래통합당입니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용현사거리에서 동구미추홀을에 출마한 안상수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공천탈락으로 무소속 출마하는 윤상현 후보 지지자들이 '이기는 후보가 미래통합당입니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통합당 호남선대위원장직 거절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같은 당 김무성 의원에게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 호남 지역 선거를 이끌어 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본인이 고사하며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후보가 있으니 당연히 호남에서도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호남에서 당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느냐 생각하던 중 그런 것을 시도해보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며 “본인에게 내가 직접 묻거나 공식 제안을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이 거부의 뜻을 밝혔다는 소식에 대해 “본인이 원치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윤정민ㆍ김홍범 기자 yunj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