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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15단계 넘어야 교사 보였다···진땀 난 온라인 수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농업 교사가 교육부 취재진을 학생으로 삼아 진행한 원격수업 모습.

2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농업 교사가 교육부 취재진을 학생으로 삼아 진행한 원격수업 모습.

2일 오전 10시, 기자는 노트북에서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을 열었다.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김모 농업 교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수업은 교육부가 쌍방향 온라인 수업 방식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련했다. 김 교사는 경북 안동에 있는 학교 교실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했고, 기자들은 서울‧세종 등에서 수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김 교사의 입 모양이 계속 달라지는데, 기자에겐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어폰 연결과 노트북의 소리 설정을 확인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5분 정도 헤매던 중 줌 프로그램 왼쪽 하단에 있는 ‘오디오 참가’ 버튼이 눈에 띄었다. ‘컴퓨터 오디오로 참가’ 버튼을 누르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쌍방향 온라인수업 진행을 위한 프로그램 설치부터 만만치 않았다. 교육부는 사전에 온라인수업에 활용하는 기기에 따라 휴대폰은 9단계, 컴퓨터는 15단계에 걸쳐 프로그램 설치 방법을 안내했다. 주소창에 사이트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인터넷 창에 또 다른 주소를 복사해 넣어야 했다.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 부모에겐 쉽지 않아 보였다.

2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농업 교사가 교육부 취재진을 학생으로 삼아 진행한 원격수업의 출석체크 모습.

2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농업 교사가 교육부 취재진을 학생으로 삼아 진행한 원격수업의 출석체크 모습.

수업 중엔 연결이 불안정한 탓인지 교사의 목소리가 뚝뚝 끊기는 일이 잦았다. 프로그램 문제인지, 인터넷 오류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특히 교사가 참가자들의 답변을 듣기 위해 전원의 ‘음소거’를 해제하면 다른 참가자의 통화‧대화 소리 때문에 교사의 설명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김 교사는 음소거 해제 후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곧바로 자신을 제외한 참가자들의 마이크 기능을 끄는 ‘전체 음소거’를 실행했다.

학교 수업처럼 출석체크를 진행했는데, 총 10여분이 걸렸다. 전체 화면에 이날 수업에 참여한 기자들과 교육부 직원 등 총 48명이 각각 캐릭터로 변환한 모습이 나타났고 김 교사가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대답을 안 하면 초록색으로 된 ‘출석’ 표시가 빨간색(결석)으로 바뀌었다. 김 교사는 “평소에는 학생이 20명 정도라 1~2분 내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2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교사가 취재진을 학생으로 삼아 원격수업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해당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유튜브 화면을 띄우거나 다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도 교사가 이를 알거나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교사가 취재진을 학생으로 삼아 원격수업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해당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유튜브 화면을 띄우거나 다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도 교사가 이를 알거나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수업은 15분 정도 후부터 진행됐다. 김 교사는 “5월 참깨랑 들깨를 심을 예정인데, 그전에 땅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며 비료의 3요소와 경운 등의 개념을 설명했다. 수업화면 왼쪽에는 교과서 내용이 보였고, 오른쪽은 참고자료를 올리거나 교사가 칠판처럼 판서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줌 외에도 ‘원노트’(마이크로소프트 메모 프로그램)와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용됐다. 김 교사는 “수업 중간에 필기한 내용을 사진 찍어서 올리라고 하거나, 수업 후 과제를 내줘 수업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 확인해 수업 내용에 대한 피드백도 가능하다”며 “또 수업이 끝난 후 영상 전체를 다운받을 수 있어 복습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 영상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 영상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수업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쌍방향 식이었다. 일선 교사들은 그러나 실제 온라인 개학하는 일선 학교의 원격수업은 일방향적인 콘텐트 제공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쌍방향 수업을 하려 해도 교사 목소리가 안 들리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다. 때문에 토론 등 일부 수업에 한해 쌍방향 수업을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관련 동영상, 수업 자료 등을 제공하고 학생이 보는 일방향적 방식은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학생이 컴퓨터를 켜놓고 휴대전화로 게임을 한다 해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고3 아들을 둔 이모(48‧서울 양천구)는 “학교에서 교사가 눈앞에 있어도 자거나 딴짓하는 애들이 많은데, 아이가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얼마나 집중해 들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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