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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벌써 코로나 자화자찬…'유유' 멀리해야 국난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71)

요즘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70, 80대 노인은 마음껏 길거리를 다닐 수도 없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휙 바람이라도 쐬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다. 모두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속칭 방콕이다. 오죽하면 흩어져야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패러디까지 등장할까. 방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은근히 짜증도 난다. 이런 데도 언젠가부터 코로나19 상황을 두고 ‘잘했다’는 자찬(自讚)이 들린다. 금세 병세가 악화돼 죽어 나가는 사람이 우리도 어느새 150명을 넘어섰는데도 나라가 잘 대처해 방역이 세계 제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분위기에 밤낮없이 죽기 살기로 환자들과 씨름하는 의료진과 일선 공무원 노고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정부 당국이 과민해진 탓일까. 눈앞에 훤히 보이는 잘못을 지적해도 하나같이 발끈하며 소인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러니 바른말 하는 사람은 없고 오직 ‘지당합니다’만 있으니 국민은 더 답답해진다.

바른 소리하는 신하와 아들, 아우, 벗이 없으면서 과실을 저지르지 않는 자는 지금껏 없었다는 공자의 말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되새겨볼 금언일 것이다. [사진 Pixabay]

바른 소리하는 신하와 아들, 아우, 벗이 없으면서 과실을 저지르지 않는 자는 지금껏 없었다는 공자의 말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되새겨볼 금언일 것이다. [사진 Pixabay]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에는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로우며,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로운 것”이라고 했다. 또 “은(殷)나라 탕(湯) 임금과 주(周)나라 무왕(武王)은 곧은 말로 간(諫)하는 신하 말을 들어 나라가 창성해졌고, 반면 걸(桀)과 주(紂)는 유유(唯唯)하는 자들 말을 듣다 나라가 망했다”는 대목도 있다. ‘유유’란 무슨 일이든 임금 뜻에 맞춰 “예, 예”하고 무엇이나 옳다고 아첨해 악행을 부추기는 행동을 말한다.

육본은 이어 “임금으로서 간하는 신하가 없고, 아비로서 바른말 하는 아들이 없고, 형으로서 잘못을 지적하는 아우가 없고, 선비로서 바른 소리 하는 친구가 없으면서 과실을 범하지 않는 자는 지금껏 없었다. 그래서 임금이 잘못하면 신하가 바로잡고 아버지가 실수하면 아들이 바른말을 하고 형이 실수하면 아우가 지적하고 자신이 실수하면 친구가 고쳐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돼야 나라에는 위태로운 조짐이 없어지고 집안에는 윤리적으로 어지러운 언행이 없게 되며 부자와 형제 사이 실수가 사라지고, 친구 사이는 관계를 끊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바른 소리를 하는 신하와 아들, 아우, 벗이 없으면서 과실을 저지르지 않는 자는 지금껏 없었다는 공자의 말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되새겨볼 금언일 것이다. 우리나라 지도층은 잘못을 지적하면 발끈할 게 아니라 차분히 되새겨 보는 성숙함이 왜 없는 것일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전염병으로 흉흉해진 민심 탓에 심경이 날카로워졌을 것이다.

3월 30일 대구 경북대병원 입구 복도 벽면에 붙여진 코로나19 의료진 응원 문구. [사진 송의호]

3월 30일 대구 경북대병원 입구 복도 벽면에 붙여진 코로나19 의료진 응원 문구. [사진 송의호]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실수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럴 때마다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은 희망이 없다. 그래서 『효경(孝經)』 13장 ‘간쟁(諫爭)’에는 “임금에게는 쟁신(爭臣)이, 아버지에게는 쟁자(爭子), 형에게는 쟁제(爭弟), 선비에게는 쟁우(爭友)가 필요한 법”이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이제 잘못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전문가를 존중하고,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이웃을 멀리할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건 갈고닦은 인격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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