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열린민주 경쟁에…"파이 커져" 민주당 속으로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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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은 27일 첫 외부 일정으로 국립현충원과 봉하마을을 택했다. 사진은 우희종(왼쪽)·최배근(오른쪽) 공동대표가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 [뉴스1]

더불어시민당은 27일 첫 외부 일정으로 국립현충원과 봉하마을을 택했다. 사진은 우희종(왼쪽)·최배근(오른쪽) 공동대표가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 [뉴스1]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과 열린민주당 간 ‘적통(嫡統) 경쟁’이 치열하다. 두 정당이 민주당 지지자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시민당은 27일 첫 외부 일정으로 국립현충원과 봉하마을을 택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최배근 시민당 공동대표는 이날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당신을 위해서나 문재인 정부를 지키기 위해(서나) 민주당과 시민당이 함께 길을 나섰다”며 “이번 선거를 승리로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을 함께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시민당 후보들이 노 전 대통령의 가치나 정신을 잘 새겨 좋은 정치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안내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공약정책회의에 참석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 김진애, 최강욱, 김의겸, 주진형 후보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공약정책회의에 참석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 김진애, 최강욱, 김의겸, 주진형 후보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열린민주당도 오는 29일 봉하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열린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손혜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친문의) 적자나 서자가 아니라 효자"라며 "나중에 당이 어려울 때 언제나 부모를 부양할 마음가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연합에 대해선 "우리 (비례) 후보자들은 다 그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민주당을 등지고 나갈 수 없는 태생적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율 쪼개져

열린민주당이 친문 정당을 표방할수록 시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두 정당은 이미 민주당 지지자를 놓고 내부 경쟁중이다.

한국갤럽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조사,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선 민주당 37%, 미래통합당 22%였다. 반면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 조사에선 시민당 25%, 미래한국당 24%, 열린민주당 9%였다. 야권은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고스란히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갔지만, 여권은 민주당 지지도가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갈라졌다. 민주당 지지자만으로 한정했을 때 시민당을 찍겠다는 비율은 59%, 열린민주당을 찍겠다는 비율은 15%였다.

아직 두당의 격차는 제법 난다. 문제는 추세다. 일주일 전과 비교할때 열린민주당은 4%에서 9%로 크게 늘어난 반면, 시민당은 33%에서 25%로 8%포인트 낮아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6일 ”과거 민주당 지지자 중 3분의 1 정도는 정의당에 교차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분들이 열린민주당 쪽으로 많이 옮겨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내부' 비례정당이 쪼그라들고 '외곽' 비례정당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 26일 “일부 탈당하거나 공천 부적격 판정으로 탈락한 분들이 민주당의 이름을 사칭해 비례 후보를 내는 바람에 여러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시민-열린민주 경쟁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당직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른 진보정당 및 중도층 일부를 흡수하면서 민주당 파이 전체를 키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 역시 “비례정당이 분화될수록 민주당은 땅 짚고 헤엄치는 꼴"이라고 전망했다.

정의당 사면초가

정의당은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의 최대 수혜 정당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이후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비례정당의 등장으로 곤경에 빠졌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의 최대 수혜 정당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이후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비례정당의 등장으로 곤경에 빠졌다. [연합뉴스]

반면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졌던 정의당은 사면초가다. "지역구는 민주당, 정당 투표는 정의당"이라는 공식이 무너져서다. 과거 정의당을 택했던 민주당 지지자 대부분은 이제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라는 '신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도는 5%였다. 최근 완연한 하락세다.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9%로 열린민주당과 비슷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역구 상황이 만만치 않은데, 비례 의석도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에 포위된 꼴"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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