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간담회 기록도 남겨라" …금감원, 우리·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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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에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라며 경영유의 제재를 조치했다. 하나금융지주에도 이사회 운영에 대한 무더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검사 결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 의회록을 형식적으로 작성해왔다. 우리금융지주가 제출한 지난해 1~9월 이사회 의사록에는 개회선언·안건보고·결의결과·폐회선언 같은 내용만 기재돼있을뿐 이사들의 논의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게 돼있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이사회 전에 여는 간담회에서 관련 안건을 논의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간담회가 실질적으로 이사회 기능을 했음에도 그 논의 내용을 기록하거나 관리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이사회 안건을 논의하는 사전 간담회의 논의내용도 기록·유지해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하나금융지주에도 이사회 운영 등에 대한 무더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하나금융이 사외이사들에게 회의 당일에야 회의 자료를 제공하고 긴급 비정기위원회를 빈번하게 여는 등 정보제공을 충실히 하지 않는 점을 문제삼았다. 지배구조법 및 시행령은 회사가 사외이사들에게 이사회 회의자료를 회의 7일 전까지 발송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2018년 2월부터 이사회운영위원회 내 사내이사 수를 3명에서 1명으로 축소한 것도 문제삼았다. 대표이사 비상승계시의 경영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 등을 위해 이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고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을 확보하고, 그룹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총 10건의 경영유의사항과 4건의 개선사항 등을 하나금융지주에 조치했다.

금감원은 같은날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총 18건 경영유의사항과 30건 개선사항을 조치했다. 사외이사 선임 절차 및 약관 공시 업무를 등을 강화하고, 중장기 경영계획과 경영계획 이행 실적을 분석하는 절차 등을 마련하라는 등의 조치다. 대외보고자료와 전산자료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상시감시 내부통제시스템 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하라고도 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과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등에 대해서도 자금세탁방지 업무 관련 업무 등을 강화하라고 조치했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에 주의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우리금융·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은 6개월 안에 경영유의 사항에 대한 조치 내용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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