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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만에 대출 된대” 새벽 1시부터 소상공인 줄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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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서 25일 마지막 대기 번호표인 800번을 받은 상인이 표를 보여 주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서 25일 마지막 대기 번호표인 800번을 받은 상인이 표를 보여 주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우리 편의점 알바생이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의점 매출이 40% 떨어졌습니다. 5000만원은 대출받아야 올해를 넘길 수 있을 거 같은데 될지 걱정이네요.”

전국 소진공 센터 현장 르포 #1500만원까지 직접대출 상담 첫날 #대구선 1000여 명 최대 6시간 대기 #800번까지만 번호표, 나머지 허탕 #17만6000명에 총 1조9400억 지원

25일 오전 9시 대구시 북구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북부센터에서 대출 상담 순서를 기다리던 박형구(49)씨의 말이다. 이날 새벽 3시부터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센터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섰다. 상담 번호표 배부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됐고, 40여분 동안 800명만 번호표를 손에 쥐었다. 대구 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이곳을 찾았고, 번호표 86번을 받았다.

지난해 말 대출로 학원을 차렸다는 이모(50)씨도 번호표 600번대를 배부받았다. 이씨는 “학원이 안정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서 두 달 넘게 매출이 0원”이라며 “소진공에서 직접대출을 하면 5일 안에 1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와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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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공은 이날부터 31일까지 소상공인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해 ‘1000만원 이하(특별재난지역 1500만원 이하) 직접대출’을 시범 운영한다. 기존에 해오던 코로나19 일반경영안정자금(최대 7000만원, 1.5% 초저금리)의 경우 신청 후 대출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직접대출은 상담에서 대출까지 5일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은행 등을 거치지 않고 소진공에서 상담후 바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개인신용등급이 4~10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1.5%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도열 소진공 홍보실장은 “본격 운영은 4월 1일부터”라며 “소상공인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대신 직접대출의 경우 대출금이 기존보다 적다. 만약 조금 기다리더라도 더 많은 돈을 대출받고자 한다면 기존의 일반경영안정자금을 이용하면 된다. 중복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진공은 직접대출 지원 규모가 총 1조9400억원이며, 17만6000명의 소상공인에게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범 운영 첫날인 이날 전국 소진공 센터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부산 연제구 소진공 부산남부센터 복도에서 만난 건설 철거업자 손성원(56)씨는 “오전 6시 도착해 85번 대기표를 뽑아 접수증을 받고 집에 가서 기다리다 나왔다”며 “2~3월엔 일이 없어 1000만원을 대출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1번 접수자는 오전 1시에 나와 대기표를 받고 서류를 접수했다고 한다”며 “접수창구와 직원을 대폭 늘려 접수하면 안 되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팀장은 “각 센터에 사람들이 몰려 상담 자체가 조기 마감돼 버리니, 소상공인 센터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절차가 서둘러 진행돼 소상공인들에게 대출금이 빨리 지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진공 본사에서는 직원을 전국 센터로 파견해 일을 돕고 있다. 이선호 소진공 대구북부센터장은 “지금처럼 대기표를 배부하는 방식은 코로나 집단 감염 우려가 있어 27일부터는 온라인으로도 상담 예약을 받는다”며 “예약 날짜를 잡고 방문한다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대구·대전·부산=백경서·김방현·황선윤·백희연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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