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성장' 전망 또 나왔다···S&P "올해 성장률 -0.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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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거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2% 성장을 간신히 유지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 반등은커녕 아예 뒷걸음질 칠 거란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점차 커지는 탓이다.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8년(-5.1%)이 마지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전망치 대비 2.7%포인트 끌어내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6%로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S&P는 지난 5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1.1%로 내려 잡았다. 이어 이날 다시 전망치를 1.7%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내놓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2.1%)과 비교하면 2.7%포인트나 낮췄다. 하향 조정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다. S&P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거로 내다봤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S&P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부‧은행‧기업‧가계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현재 약 6200억 달러(약 791조원)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아·태 지역 평균 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예상(4.8%)보다 2.1%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2.9%에 그칠 거로 정했다. 홍콩(-1.7%), 싱가포르(-0.8%), 일본(-1.2%)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S&P는 내년 한국이 5% 성장률을 기록하며 반등할 수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1분기 역성장은 기정사실

주요 해외 경제기관은 한국의 성장률을 빠르게 확 낮추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19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로 제시했다. 지난달 말 전망치(2%)보다 2%포인트 내려 잡았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역시 19일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0.8%로 낮췄다. 한꺼번에 1.4%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은 역성장이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코로나 19 여파에 지난해 4분기 정부 재정 효과로 1.2% 깜짝 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까지 작용할 전망이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본다면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정책 당국자로서 말하기 적절치 않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소비·투자·수출 파급영향을 따져본다면 그런 경우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부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걸 막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런 재정·통화 정책도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최근 정책은 경기 부양책이라기보다는 당장 급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성격이 강해 성장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코로나 19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이 전 세계적으로 워낙 커 경기 부양책으로 내려가는 성장률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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