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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회적 거리 두기’ 아직 고삐 놓을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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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섣부른 안도가 더 큰 위험을 부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면서 지난 2월 대통령의 발언처럼 ‘곧 종식’으로 여기는 이가 많다. 토요일 밤 서울 강남에 문을 연 클럽은 이틀 사이 3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젊은이들로 입구부터 문전성시였다. 일요일 오전 서울의 대형 교회 9곳은 정부의 제지 방침에도 현장 예배를 강행해 서울시가 현장감독에 나섰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6000명이 넘고 이탈리아의 사망자는 중국보다 많아졌다. 프랑스·독일 등도 제2차 세계대전에 맞먹는 위기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 인구밀도가 높고 보건에 취약한 인도·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의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다. 실제 우리의 상황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천지 변수를 제외하면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신천지 신도에 대한 검사가 완료돼 전체 신규 확진자는 줄었지만 일반 확진자만 놓고 보면 16일(69명), 17일(79명), 18일(93명), 19일(140명) 등 증가 추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소규모 집단감염과 외국에서 감염된 ‘역유입’ 사례다.

지난 21일 정세균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2주간 특단의 대책을 제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재확산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주말 도로는 행락객으로 넘쳤고, 유흥가는 코로나19를 잊은 듯했다. 특히 ‘역유입’된 유학생 등 청년들이 많이 찾는 클럽은 밀폐 공간에서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와 바이러스의 배양판이 될 위험이 크다.

이처럼 총리 담화가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섣불리 ‘안정’과 ‘위기’의 메시지를 반복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수준 높은 의료진과 성숙한 시민 대응으로 한국이 방역의 모범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자화자찬이 오히려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긴장의 고삐를 늦춘다. 정부는 더 이상 민간의 응축된 역량에 기대어 자축을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 감염성이 높은 밀폐된 상업·종교 등의 시설은 물론 이를 이용하는 개인들도 정 총리의 말처럼 2주간의 특단의 대책에 동참할 수 있기를 호소한다.

삶을 즐길 권리와 신앙의 자유는 침해될 수 없는 소중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에겐 현 사태가 단순히 행복을 잠시 유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 일상의 욕구를 조금 참는 것이 하루빨리 사태를 진정시켜 자신과 공동체를 위하는 길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