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웹캠·마스크 사라" 재학생 8100명에 10만원씩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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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의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다. [사진 세명대 총학생회]

세명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의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다. [사진 세명대 총학생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학생 전원에게 장학금 10만원을 준 대학이 화제다.

제천 세명대 지난 19일 '코로나19 극복 장학금' 지급 #학생들 "받은 장학금 기부, 상권 살리기에 쓰겠다" #세명대, 교직원·학생회서 받은 성금 1222만원 기탁

세명대는 최근 학부생과 대학원생 8100여 명에게 ‘코로나19 극복 장학금’을 개인 계좌로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각 대학이 개강을 연기한 가운데 재난지원금 형태로 재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준 곳은 세명대가 유일하다.

장학금은 학생 1인당 10만원으로, 총 8억1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이 지난 19일 일괄 지급됐다. 학교 측은 이 장학금을 방역 마스크 구매과 웹캠·교재 구매 등 온라인 강의 수강을 위해 드는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세명대는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개강일을 지난 16일로 2주 연기했다. 이후 2주간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김인환 세명대 학생처 팀장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보듬어 주자는 취지에서 장학금을 주게 됐다”며 “10만원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마스크 구매 등 최소한의 방역물품 구매이나 3~4만원 정도 하는 웹캠 구매은 가능할 것으로 봐서 금액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재학생 전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장학금 지급을 결정했던 충북 제천의 세명대가 제천시에 특별성금도 기탁했다고 19일 밝혔다. 연합뉴스

재학생 전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장학금 지급을 결정했던 충북 제천의 세명대가 제천시에 특별성금도 기탁했다고 19일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장학금을 받은 김도연(22·바이오식품산업학부 4학년)씨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학교가 나서서 학생들을 배려해줘서 힘이 난다”며 “받은 장학금은 마스크를 구매하거나,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장학금을 모아 침체한 대학가 상가의 물품 팔아주기 운동을 할 계획이다.

세명대가 있는 충북 제천은 아직 코로나19 환자가 없다. 그러나 제천 청풍리조트와 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이 생활치료센터로 선정돼 지난 8∼9일 대구지역 경증 환자 265명이 입소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75명은 완치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곳에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들은 세명대 총학생회다. 세명대 총학생회 등 학생 자치기구 임원들은 70~80만원의 돈을 모아 지난 10일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에게 샌드위치와 구운 계란, 과자를 전달했다. 학생들은 "우리들의 영웅 의료진들 힘내세요"라는 내용의 손편지도 함께 보냈다. 한 의료진은 “세명대 학생들이 보내주신 응원이 큰 힘이 된다. 학생들이 우리를 마음으로 간호해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세명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의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다. 사진은 응원 메시지가 붙은 간식. [사진 세명대 총학생회]

세명대 학생들이 지난 10일 제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의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다. 사진은 응원 메시지가 붙은 간식. [사진 세명대 총학생회]

안유준(24) 세명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 청정 지역인 제천에 생활치료센터가 들어서자 주민들 사이에서 감염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코로나 위기를 한마음으로 이겨내 보자는 취지에서 의료진에게 간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남은 환자들도 하루빨리 완치돼 고향으로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세명대는 지난 19일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이 모은 성금 1222만원을 제천시에 전달했다. 이 성금은 제천지역 취약계층의 마스크 등 위생용품 구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유용식 세명대 학생처장은 “성금 모금 운동에는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자치기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성금이 제천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잘 사용되어 위기를 이겨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학생회와 교직원이 마련한 성금을 지역 방역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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