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우는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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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어른에게도 어느 정도는 끔찍한 장소입니다. 어린아이가 치과에 가기 싫어하고 울음으로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울고 발버둥치는 아이도 결국 의젓하게 치료를 잘 받게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치과에서 우는 아이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치료를 받기도 전에 치료받기 싫다고 울어대는 아이와 치료하는 도중에 우는 아이의 두가지 경우입니다. 먼저 치료하는 도중에 우는 아이는 아프거나 시리거나 숨쉬기 어렵거나 하는 실제적인 이유때문에 울기 때문에 이 때는 아이가 괴로워하는 원인을 즉시 제거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간혹 마취가 깊게 되지 않아 아이가 통증을 느낄 수도 있으며,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경우 숨쉬기가 어려워 울 수도 있습니다. 불편한 원인을 충분히 제거했는데도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서(치료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단지 칭얼거리거나 소리만 크게 우는 경우는 무서움을 울음으로 극복하려 하는 아이의 능동적인 방어 작용이기 때문에 꼭 막아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치료 도중에 우는 경우는 비교적 해결이 손쉬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치과에 울면서 끌려오거나 치료의자에 앉아 발버둥치며 우는 아이와 같이 치료를 받기도 전에 우는 경우는 치과의사와 부모가 함께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치료를 받기도 전에 이렇게 울어대는 아이는 치과가 무섭고 아픈 곳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울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었던 경험이 학습된 경우입니다.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어린이의 반응에 관계없이 치과의사가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해 자녀들을 잘 치료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치과의사와 어린이간에 새로운 인간관계, 무엇보다 "나는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새로운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하고, 울고 떼쓰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가 새로이 학습하여야 성공적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보호자의 이해와 협조도 필수적입니다.

치과에 말 그대로 난생 처음 오는 만 3살정도의 아이는 오히려 깜찍할 정도로 치과치료를 잘 받습니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약간의 규율과 신뢰관계를 학습한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는 치과치료를 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치과치료를 아프지 않고 큰 불쾌감 없이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과치료를 한번도 안 받아봤지만 "너 말안들으면 병원에 가서 주사 맞는다" 또는 "너 이 안 닦으면 치과에 가서 이빨 몽땅 뺀다"와 같은 위협적인 말을 들었거나 형제나 친구들에게 치과는 굉장히 아픈 곳이라는 과장된 말을 들은 아이들은 치과에 대한 선험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치료를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전에 치료받을 때 실제로 아팠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치료받기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경우에는 치료를 아프지 않게 한 번만 받아보면 자신의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로는 치료를 잘 받게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치과치료를 아프지 않게 실행할 수 있지만 치료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특별한 단계가 필요하게 됩니다.

먼저 우는 행위로는 원하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장난감을 사 달라고 떼쓰고 우는 아이에게 우는 것이 듣기 싫어 사주고 말면 다음에는 "안돼"라고 말해도 울면 장난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더 크게 울게 됩니다. 장난감은 울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하자면 한 번은 아무리 울어도 장난감을 사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진 장난감이구나. 정말 갖고 싶겠다"와 같은 말로 인정해주고 나서, 그 장난감을 사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교육적인 이유이든, 경제적인 이유이든)을 직접 아이에게 설명합니다. 아이도 부모의 상황을 설명 듣고 이해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아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서로 교류가 되는 가운데 장난감을 사든지, 사지 않든지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처음엔 안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부모의 마음도 바뀔 수 있고, 지금 당장 갖고 싶던 아이도 다음으로 양보할 수 있습니다. "안돼"와 "울음"의 전쟁은 더 이상 필요없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는 아이에게 운다고 치료를 포기하면 그 아이는 치과에 올 때마다 울게됩니다. 치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목해 병이 악화되면 손해는 더욱 커집니다. 따라서 치과의사는 이 우는 아이의 앞날을 생각하여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치과를 무서워하지 않고 치고 치료를 잘 받는 의젓한 아이로 변화시켜야 하는 책임까지 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 사항을 먼저 부모에게 설명합니다. 부모는 대개 한 번에 아이의 모든 문제를 치료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우는 아이를 억지로 치료하는 것보다 안 우는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받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게 됩니다. 설명은 간단합니다. "○○ 이는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받는 것은 사실 아프지 않습니다. 지금 우는 것은 단지 무서워서 그러는 것입니다. 울더라도 오늘 강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그러면 앞으로 ○○ 이는 평생 치과를 싫어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연습만 하고 내일부터 치료하면 안 울고 치료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아이가 울면 안스럽겠지만, 아이에게 반응하지 말아 주십시오."하고는 일련의 "치과와 친숙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됩니다.

먼저 우는 아이에게 울어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안 울 때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기를 쓰고 울 때는 일단 어머니와 격리시키고 그저 울게 놔둡니다. "안 울면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고, 계속 울면 여기 혼자 있어야 한다."라고 부드럽게 말하고는 간호사가 말 없이 아이를 지키고 치과의사는 자리를 떠납니다.

우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안됩니다. 가장 보모의 협조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아이가 조금 느그러지면 다시 아이에게 "안 울면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고 조금이라도 협조하는 기미가 보이면 어머니를 불러 손을 잡게 합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은 아이는 대개 울음을 그칩니다. 그렇다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하나도 안 아프게 할거야. 안 울면 얼른 집에 갈 수 있어."하고 말하고는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아파하지 않을 행동들만 합니다. 그저 거울을 보여준다든지, 단지 입을 벌렸다 다물게 한다든지 하는 일만 하며, 한 두 가를 제대로 이행하면 칭찬해 주며 치료의자에서 일으켜 세웁니다.

호응이 좋은 아이는 치과 치료 중 들리는 소음을 잠깐씩 들려준다거나, 입안에 물을 조금 뿌려 보기도 합니다. 단지 시끄럽지만 아프지는 않다는 것과 입안을 물로 씻어내는 곳이 치과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안 울면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다거나, 안 울면 집에 갈 수 있다"는 보상은 아이에게 이 정도 "하고 보여주기" 과정을 잘 견디게 해 줍니다. 안 울면 약속대로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몇 가지 주고 받는 과정에서 아이는 치과 또는 치과의사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학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새로 만난 치과의사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합니다. 치과의사에게는 안 울 때 좋은 일이 생기고, 안 아프다고 말했을 때는 진짜 안 아프더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 속에도 아마 두려움을 극복하고 울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대견함이 자리잡을 것입니다. 또한 그러고나니 칭찬도 받더라는 좋은 경험은 앞으로 받을 치과치료에서 조금 아프고 불편한 것도 의젓하게 감당해 낼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치과는 고문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만 3살 아이도 생글생글 웃으며 치료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는 아이도 결국 잘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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